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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성 영화감독②] 윤가은부터 이옥섭까지, 2019 신예들 변화 신호탄 될까
뉴스| 2019-10-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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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우리집' '벌새'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윤가은 감독부터 유은정, 김보라, 이옥섭 감독 등 올해 새로운 여성 감독들이 대거 등장했다. 성수기 국내 상업 영화들의 부진 속, 신선한 매력을 선보이며 잔잔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기력한 청춘, 외로운 현대인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판타지 장르 안에 녹여낸 ‘밤의 문이 열린다’와 아이들의 세계를 세밀한 시선으로 담아낸 ‘우리집’이 지난 8월 관객들을 만났다. 특히 ‘우리집’은 5만 관객 돌파라는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까지 기록하며 의미를 더했다.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5개의 상을 받고, 10만 돌파라는 쾌거를 이뤄낸 ‘벌새’와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달리기라는 소재와 결합한 ‘아워 바디’, 믿음에 대한 발칙한 상상을 담은 ‘메기’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각 작품의 개성이 뚜렷해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자’부터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등 여름과 추석, 성수기 도전장을 내민 상업 영화들이 연이어 부진한 상황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반복되는 장르 공식에 지친 관객들의 호응도가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기대케 한다.

이런 흐름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그들의 활약 배경으로 다양한 분야에 여성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언급했다. 심 대표는 “대학교 영화학과 학생의 여성 비율이 50%가 넘는다. 영화를 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많은 인재들이 등장한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박우성 영화 평론가는 젠더 감수성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흐름을 짚었다. 그는 “여성 감독들이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여건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담론화가 이뤄지며 관객 자체의 각성이 있었다. 이것이 작은 영화제를 통해 알려진 영화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미쓰백’의 경우, 여성 영화를 응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객들의 행동이 있었다. 여성 영화를 응원하려는 암묵적인 연대가 이뤄진 상황에서 마침 여성 감독의 작품이 동시에 개봉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연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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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아워 바디' 스틸



다만 그들의 활약이 여전히 독립영화에 국한된 것은 아쉽다. 상업 영화 진출이 최선이 아니지만 이 물결이 독립영화에만 그쳐서는 영화계 전체의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없다. 여성영화인모임 채윤희 대표는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들은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저예산, 예술 영화에 적합한 이야기를 한다는 편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사 위주의 드라마, 또는 여성 개인의 이야기에만 강하다는 여성 감독에 대한 평가는 그들의 활발한 진출을 막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재 지난해 ‘탐정: 리턴즈’의 이언희 감독을 시작으로 지난 1월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 지난 3월 ‘돈’의 박누리 감독 등 상업 영화를 찍고, 흥행에 성공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편견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채 대표는 해당 사례들에 대해 “꾸준히 상업 영화에서 활약 중인 임순례 감독의 뒤를 이어 상업 영화에서 활약하는 감독들이 늘어나면서 편견이 걷어지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희망적이고, 발전적으로 나가고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심 대표 또한 “이런 사례들이 여성 감독의 영화는 흥행률이 저조해 투자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줄어들게 만드는 예가 되고 있다”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올해 여성 감독들의 영화는 흥행 스코어는 미약하지만 의미 있는 수준이라면, 미학적으로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올해 흥행을 위해 기획된 남성 중심의 영화들 중 미학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여준 작품들이 있나”라고 지적하며 “남성 중심 서사의 유효기간은 끝나고 있다. 관객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움직이며 스스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 발 빠른 제작사라면 관객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고정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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