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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첨엔 발뺌하더니… 사라진 1500만원짜리 ‘회장님 와인’[취재메타]
서울남부지법, 3일 ‘절도 혐의’ 셰프에 징역 6개월·집유 2년 선고
‘샤또 마고 매그넘 2000 빈티지’… 전세계 15만 병 한정 생산품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와인 이미지[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지난해 5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소유했던 와인 한 병이 사라졌다. 행사 만찬에 쓰려 냉장고에 준비됐으나 쓰여지지 않았고,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초청 셰프’는 혐의를 부인하며 1심 선고에 불복 항소했다. 사라진 와인은 ‘샤또 마고 매그넘 2000년 빈티지’다. 병당 가격이 1500만원대인 이 와인은 전세계 15만병 한정 생산품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한옥형 판사는 지난 3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셰프 유모(29)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 판사는 유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한 빌딩에서 열린 만찬 행사장에 일식 조리사로 참석했다가 코오롱인더스트리 소속 직원이 냉장고에 넣어둔 코오롱그룹 이웅열 명예회장 소유의 1500만원 상당의 최고급 와인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유씨는 ‘샤또 마고 매그넘 2000’으로 불리는 1.5ℓ짜리 와인 1병을 종이박스에 몰래 담아 가지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와인을 가져간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폐쇄회로(CC)TV와 행사 관계자 등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유씨가 와인을 절취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와인을 관리했던 행사 총괄자 A씨도 수사기관에서 일관된 증언을 내놨다. A씨는 “행사 당일 와인을 사용하기 위해 창고에서 꺼내 주방 은색 냉장고에 직접 넣어두었고 냉장고에 와인은 이 와인뿐이었다”며 “행사가 끝날 무렵 냉장고에 와인이 남아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고, 행사에서는 이 와인을 마시지 않았으며 다음날 확인할 때까지 이 와인을 다른 곳으로 옮긴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판사는 “행사가 끝난 이후 유씨와 그의 요리사 동료 등이 뒤풀이를 마치고 주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해당 주방에 출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엘리베이터 CCTV 영상에 따르면 유씨가 조리도구를 다시 가게로 가져가기 위해 종이박스 등에 담아 카트에 싣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던 중 유씨의 카트에서 종이박스가 떨어지면서 그 안에서 쏟아진 물건들 중 와인병으로 보이는 물체가 확인되고, 유씨가 곧바로 함께 쏟아진 앞치마로 해당 물체를 감싸 다시 박스에 넣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CCTV 영상 속 와인병으로 보이는 물체와 샤또 마고 와인의 형태 및 색상이 대략적으로 유사하게 관찰되고, 해당 물체에서 확인되는 라벨이 이 와인 뒤쪽 라벨 위치와 유사한 것으로 관찰된다”는 감정 의견을 밝혔다.

한 판사는 “유씨는 만찬 행사에 셰프로 참석했다가 행사장에 있던 고급 와인을 절취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법 등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피해 회복이 이뤄지거나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유씨에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프랑스 와인 ‘샤또 마고 매그넘 2000년 빈티지’[구글 캡쳐]

유씨는 지난 7일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전세계 15만 병만 한정 생산된 샤또 마고 2000년 빈티지는 와인 애호가들의 선호가 높아 국내에서 물량을 확보하기 매우 까다로운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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