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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칼럼] 중국, 우리에게 무엇인가

요즘 우리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중국 관련 뉴스 속에 살고 있다. 새삼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자국 중심적인 중화(中華)주의 아래 동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에 조공을 받아왔지만 중국의 역사는 타국에 침략전쟁을 벌이기보다는 내부의 ‘천하통일’과 외적 방어에 더 집중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인들이 역사상 통치자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는 대상은 천하통일을 이룬 권력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의 진시황, 중세의 명태조 주원장 그리고 현대사에서는 마오쩌둥을 꼽는다. 마오쩌둥은 공산당 조직으로 중국을 통일했고 6·25전쟁 때 북한을 지원해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내걸고 ‘이데올로기적 침략전쟁’을 벌였다.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장군들 또한 내부 통일이나 외침에 대한 방어 중심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다. ‘삼국지’에 나오는 의리의 명장 관운장, 남송 시대 북방민족의 침공을 막아낸 악비 그리고 청나라 말기 영국을 상대로 아편전쟁을 감행한 임칙서가 꼽힌다.

오늘날 중국은 경제와 군사력이 커져서 미국이 세계전략상 제어하기 어려운 상대로 부상했으며 서방 자유세계에 위협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면에서 자국의 시장 규모를 이용해 미국의 마이크론 반도체에 대한 수입 규제 등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교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대만해협에 대해 항해 자유의 원칙을 위협하는 군사적 통제를 시도하려 한다는 서방 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서방 G7 정상회의는 중국의 이 같은 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이 같은 중국 견제정책에 한국이 앞장선 모양새다. 이 때문에 한반도와 숙명적 관계라 할 수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상대로 한 기축외교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일본과는 기존 동맹의 강화니까 지각변동이라고 하기엔 안 맞을지 모르지만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큰 변화를 겪는 중이다. 비단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 차원의 변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남북한이 각기 한미일과 북중러 동맹 체제에 흡인돼가고 있다. 2차대전 후 1950~60년대 서방 진영과 공산권 간 냉전적 대립구도가 그대로 재연되는 셈이다.

여기서 한국에 새로운 변화와 부담은 어느 나라보다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옛 냉전 체제에서는 중국과 경제, 문화, 관광, 인적 교류란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지만 1992년 수교 이후 지금은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서 엄청난 이해관계국이기 때문이다.

남북 간 대화가 완전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기 때문에 평화안보 대책으로 한미 동맹 외에 선택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 2016년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자 ‘한한령’을 발동했다. 이번에도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앞장서자 강경한 외교적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행동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미국도 최근 중국에 대해 완전 단절(디커플링)이 아니라 위험 제거(디리스킹)로 수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하순 “곧 해빙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미국의 중국정책 고위 당국자들이 속속 교체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미국의 애플, 테슬라, GM, JP모건 등의 거물급 CEO들이 최근 줄이어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 등 고위 인사들과 면담했다. 잘못하다간 미국을 따라다니던 우리만 중국과 감정의 앙금이 깊어진 채 많은 국익 손상을 입을 소지가 크다.

외교는 항상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 결단보다는 가변적 상황의 대안 마련이 중요하다. 냉엄한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적도, 변하지 않는 친구도 없으며 언제나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금언을 새겨야 한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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