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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나도 마틸다가 될 수 있을까”…뮤지컬 ‘마틸다’ 원데이 클래스 가보니
하루 만에 배우는 뮤지컬 ‘마틸다’
연기ㆍ노래ㆍ안무 일타강사 노하우
 
상상력 깨우기로 시작한 연기수업
전사같은 노래와 안무까지 섭렵
아역부터 미래의 뮤지컬 스타까지
“‘마틸다’ 수업은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
뮤지컬 ‘마틸다’ 원데이클래스는 지난달 총 6회로 진행, 회당 평균 19명, 총 117명의 어린이들이 찾아 ‘제2의 마틸다’가 돼보는 가졌다. [신시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수히 많은 알파벳 조각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뮤지컬 ‘마틸다’의 무대. 핀 조명 하나가 무대에 뚝 떨어지면 마틸다의 무한한 상상력이 피어난다.

“불타는 여인이, 머리에 다이너마이트를 꽂은 채, 하늘 위로 슝- 날아 올라 식인 상어가 사는 칼날 바다를 건너면…”

부모에겐 ‘망한 불량품’ 취급을 받지만, 세상을 바꿀 담대한 용기와 정의를 가진 ‘작은 아이’ 마틸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올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은 네 명의 마틸다 중 한 명인 임하윤이 정확한 발음과 단단한 소리로 이 대사를 외치자 20여 명의 아이들의 눈이 쉴 새 없이 반짝거렸다.

[영상=이건욱PD]
20여명 어린이들의 ‘반짝이는 눈’…실제로 배워보니 ‘신기’

지난달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총 6회에 걸쳐 진행된 뮤지컬 ‘마틸다’(2월 26일까지)의 원데이 클래스. 10~13세, 19명의 아이들이 설렘 가득한 눈을 빛내며 모여들었다. ‘마틸다’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동문학가로 손꼽히는 로알드 달의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웨스트엔드 뮤지컬이다. 국내에선 2018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단 여섯 차례 뿐이었던 마틸다 원데이클래스는 인기가 좋았다. 오픈과 동시에 매진, 애초 4회로 계획했던 수업은 2회를 더 늘렸다. 뮤지컬을 배워본 어린이도, 이미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아역 배우도 찾아온 수업이다. 회당 평균 19명, 총 117명의 어린이들이 ‘제2의 마틸다’를 꿈꾸는 시간이었다.

이날 원데이 클래스에서 만난 이지현(12) 양은 “유튜브로 ‘마틸다’의 배우들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모두 봤다. 1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배우들이라고 해서 궁금했다”며 “그동안 책으로만 보던 ‘마틸다’를 실제로 와서 배워보면 더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마틸다’ 원데이클래스의 연기수업은 상상력을 깨우는 것에서 출발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1교시는 ‘연기’…역할을 ‘그림 그리며’ 상상하라

이지영 국내 협력 연출과 함께 시작된 1교시 수업은 ‘연기’. 아이들은 원데이 클래스에서 뮤지컬 ‘마틸다’의 한 장면인 ‘라이브러리’ 장면의 대사를 직접 배웠다. 이지영 연출은 “마틸다 배우들만 알고 있는 비법들을 알려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크고 신나게 하면 된다. 무조건 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웠다.

연기의 출발은 ‘상상력’이다. 본격적인 연기 수업에 앞서 시작된 것은 난데없는 미술 수업이었다. 이 연출가는 임하윤이 시범을 보인 ‘공중 곡예사의 탈출 마술사’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보자고 했다.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수업이었다. 어린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연출가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이 연출은 “배우로서 이야기를 할 때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어떤 상황인지, 어떤 그림인지 머릿속에 떠올리며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마틸다을 맡은 배우들도 대본을 볼 땐 그림을 그리며 연습한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마틸다’ 원데이클래스를 마친 뒤 이어진 스테이지 투어. [신시컴퍼니 제공]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상상하면서 다시 대사를 외치자, 말에는 생동감이 실렸다. 아이들도 한결 더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을 이어갔다.

상상만으로는 연기가 완성되지 않는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따라와야, 대사 표현의 질이 달라진다. 이 연출은 “이 장면은 마틸다가 탈출 마술사로 서커스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질문을 던졌다. “탈출 마술사가 어떤 사람인 것 같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힘이 센 사람”, “강한 사람”, “용기있는 사람”이라며 저마다의 생각을 들려줬다. 하나의 캐릭터가 돼 연기를 하기까지의 과정은 무수히 많은 ‘문답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탈출 마술사’ 캐릭터를 이해하며 아이들은 배역에 몰입해갔다.

이쯤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이다. 1000여명의 관객 앞에서 대사를 전달해야 하는 배우들을 위한 관문. ‘크고 정확한 발음과 목소리’로 말하기 위해 이경선 보이스 코치가 등판했다.

발성 수업에도 단계가 있었다. “갈비뼈 아래쪽에 풍선을 만들며 꽃냄새 나는 봄바람을 90%만 들이마셔 볼까요?” 1단계는 어깨를 움직이지 않는 호흡법. 그런 다음 목에서 울리는 진동을 느껴보는 허밍, 멀리까지 소리를 뱉어내는 발성 연습으로 순서를 이어갔다. 두 명씩 짝을 이뤄 한 손에 공을 쥔 시늉을 한 채 소리를 뱉는 연습은 속성 과외 노하우였다.

뮤지컬 ‘마틸다’ 원데이클래스의 안무 수업. [신시컴퍼니 제공]
2교시는 노래·안무…일타 강사의 ‘노하우’ 탁월

“틀려먹은 세상의 뒤틀려 먹은 애들, 미친 몸짓으로 빡친 춤을 추고, 눈치 따위 안보고 지치지도 않아. 이제 트런치불 잘 꺼졌다. 잘 가라!”

뮤지컬 ‘마틸다’에서 상당히 통쾌한 장면이다. 아이들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교장 선생 미스 트런치불의 퇴장을 불러온 ‘아이들의 외침’이다. 2교시 노래와 안무 수업에선 바로 이 장면 ‘리볼팅 칠드런’을 배웠다.

오민영 국내 협력 음악 감독은 “큰 소리로 신나게 부르면 된다”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일타강사의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몇 마디의 노래를 위해 오 감독은 아이들의 발성과 성량을 흉내내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화이트 보드에 가사를 직접 적고, 음절마다 긴 박자와 짧은 박자를 표시해 아이들이 노래할 때 박자가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디테일한 수업이 이어질수록 노래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아이들은 발로 박자를 맞추고, 강조해야 하는 음절을 손으로도 확인하며 자신감 있는 노래를 불렀다.

마오리족의 하카(haka)를 닮은 안무를 배우는 뮤지컬 ‘마틸다’ 원데이클래스. [신시컴퍼니 제공]

노래 수업 뒤엔 안무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노래에는 마오리족의 하카(haka)를 닮은 박력있고 강렬한 안무가 따라온다. 당연히 단시간에 배우기란 쉽지 않다. 협력 안무를 맡은 황현정 감독은 이날 수업에서 아이들이 금세 안무를 배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동작들을 알려줬다. 핵심은 ‘전쟁에 나가는 전사처럼’ 추는 것.

“왼팔을 구부려 벽을 세게 치듯이 나가다, 오른손으로 막는 거예요.” 물론 몸과 마음이 같지는 않다. 왼손과 오른손의 구분, 방향 전환이 많은 데다 노래까지 해야 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의 습득력이 상당했다. 이미 ‘마틸다’의 팬이었던 탓에 몇 번의 반복 뒤엔 제법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경험 삼아 뮤지컬 학원에도 다녔다”는 이지현 양은 특히나 눈에 띄었다. 안무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다 자연스럽고 유연한 방향 전환이 수준급이다. 리듬체조 대회에서 4관왕을 할 만큼 “춤이라면 자신 있다”는 이지현 양은 “원데이 클래스에서도 춤이 제일 재밌었다. 노래에 자신감이 없어 뮤지컬은 하지 못할 거 같은데 오늘 수업을 받고 나니 노래를 하지 않고 춤만 추는 역할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시우(12) 군에게선 프로의 냄새가 났다.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어린 찰리와 어린 롤라 역할을 동시에 맡았던 아역 배우다. 박시우 군은 “‘마틸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으로 읽어본 작품인 데다, 음악도 좋아 어떻게 공연하는지 보고 싶었다”며 “새로운 춤을 짧게 나마 배울 수 있는 것도 재밌었고, ‘킹키부츠’와는 다른 방식과 환경에서 제작되는 것을 본 점이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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