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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정부 강경 대응에 힘 실어준 화물연대의 ‘쇠구슬’[기자수첩]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尹정부에 명분 쥐어준 꼴
윤대통령 “동료에 쇠구슬, 용납할 수 없는 범죄”
윤희근 경찰청장도 “테러 준하는 악질적 범죄”
파업에 대한 부정적 국민 여론도 높아지게 해
尹정부 ‘초강경 대응’ 자신감도 결국 국민여론
화물연대 파업 사흘 차인 지난달 26일 부산신항에서 정상 운행 중인 화물차에 파업 참가자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쇠 구슬이 날아들어 차량이 파손되고 운전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물차에 날아온 쇠구슬 추정 물체.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운행 중인 비노조원 화물 차량에 쇠구슬을 날린 화물연대 노조원 3명이 지난 2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화물연대의 파업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만든 '테러'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지난 달 2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 도로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운행 중이던 트레일러 차량 2대에 쇠구슬을 투척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차량에 날아든 쇠구슬로 인해 트레일러 차량 2대의 앞 유리가 파손되고 파편이 튀어 운전기사 1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장 인근에서 지름 1.5㎝가량의 쇠구슬 2개를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하고, 화물연대 김해지부 사무실과 화물연대 농성 천막, 방송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쇠구슬과 차량 운행일지 등을 확보했다. 또 이들이 사건 현장 인근에서 새총으로 추정되는 기구를 이용하는 모습도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했다.

이 같은 폭력 행위로 비노조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목적은 달성했을지 몰라도,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경 기조를 예고한 정부에게는 사실상 '바라던' 명분을 쥐어준 셈이 됐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튿날인 30일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기자들과 만나 "(쇠구슬 투척은) 사실상 테러에 준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운송 방해나 보복 폭행이 이뤄질 경우 행위자와 배후자, 주동자까지 처벌되도록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쇠구슬 테러'는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여론도 싸늘하게 식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사상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법과 원칙을 내세운 '초강경' 기조로 나올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에는 국민 여론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 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업체가 지난 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응답자의 58%는 이번 화물연대 및 지하철 노조 파업에 대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위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은 34%에 그쳤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32%, 부정 평가는 60%였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조차, 화물연대 파업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강경 대응 기조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일부 노조의 '폭력 행위'가 독재와 민주화의 유산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화 세력이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던 방식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화 이후 태어난 2030 청년세대에게는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화로, 향후 10~20년 뒤 노조의 동력을 약화시킬 취약 지점이 될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자신들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정당화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투쟁 문화의 결과"라며 "우리나라에 독재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데, 국가 기관에서도 청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독재에 저항하던 문화도 아직 잔존해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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