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가 품지 못한 트랜스젠더…변희수 前하사 추모 물결[촉!]
뉴스종합| 2021-03-06 09:01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한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지난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 3일 성전환 후 강제전역 조치된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의 부검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종교계, 정치계 등에서는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며 추모의 물결을 이어 갔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변 전 하사의 시신에 외상 흔적이나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대한 소견을 지난 5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부검이 끝남에 따라 변 전 하사의 발인 절차도 함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계 일각, 정부·여당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특히 종교계 일각에서는 변 전 하사의 갑작스런 ‘비극’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등 종교단체들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변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조계종 사노위는 성명문을 통해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과 변 전 하사의 죽음은 자살이라기보다는 성소수자들에게 숨 쉴 공간마저 거부하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밝혔다.

이어 “변 전 하사의 강제전역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국제인권법 위반 등 국내외 인권 기구의 판단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한국 정부는 변 전 하사 죽음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NCCK 인권센터도 역시 성명문을 통해 “육군의 반응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튿날 국방부는 애도를 전하면서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제도 개선 검토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단서를 덧붙였다”며 “무엇을 슬퍼하는지, 누구를 위로하는지 알 길도, 갈 곳도 없는 엉망진창의 애도”라고 비판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과 나눔의집협의회도 성명을 내 “대한성공회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며 “숱한 사회적 타살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하느님의 눈물과 더불어 우리는 당신들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가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믿는다”며 “그리스도인이 돼 교회의 이름으로 사는 우리가 혐오, 차별, 배제를 선택하는 것은 하느님 사랑에 대한 적극적인 배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한시라도 빨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제게 그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인사소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군 당국은 묵묵부답이었다.

인권위의 전역 처분 취소 권고와 유엔의 국제법 위반 지적에도 군은 “적법 절차였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그의 극단적 선택이 성소수자를 품지 못한 사회의 탓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 트랜스젠더 65%, 인권위 조사서 “차별 경험”

실제로 지난달 9일 인권위가 한국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1%에 달하는 트랜스젠더가 2019년 한 해 동안 우울증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았다. 응답자 4명 중 1명인 24.4%는 공황장애를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어 응답자의 65.3%가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같은 기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언론(87.3%)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매체(76.1%)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과 표현 등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응답자들은 교육 및 고용 영역에서 ▷비하 발언과 차별 대우 경험 ▷공공시설 이용의 어려움 ▷군복무·형사 절차·구금시설에서 부당한 대우 ▷의료기관 접근의 어려움 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jooh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