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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데 건강한 물’…탄산음료 중독자가 탄생시킨 ‘유니콘’
타임·CNN 거쳐 AOL 부사장 경력
‘다이어트’에 속아 콜라에 중독…
22㎏ 불어난 체중 물 마시고 9㎏ 빼
6000만원 들고 ‘과일물’ 개발 도전
연 매출 1억달러 ‘국민생수’ 기업으로
어린이용 출시…또 한번의 혁신 도전
◀ 힌트의 창립자이자 CEO인 카라 골딘(Kara Goldin) 트위터 자료
그래픽디자인: 박지영/geeyoung@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IT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즐겨 마시는 물이 있다. 과일 맛이 나지만 첨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플레이버 워터(flavored water) ‘힌트(Hint)’가 그것이다.

지난 2004년,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물’을 세상에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음료시장에 뛰어든 힌트는 ‘실리콘밸리 공식 음료’라는 별명에 힘입어 오늘날 연 매출 1억달러(1194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힌트의 창립자이자 CEO인 카라 골딘(Kara Goldin)은 ‘혁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 한 줄의 문장에는 대형 인터넷기업의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물을 세상에 내놓으며 음료 시장을 뒤흔든 골딘의 창업 스토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왜 그는 잘나가는 실리콘밸리의 ‘고가주(株)’의 길을 포기하고 음료 시장에 뛰어든 것일까. 힌트의 시작은 골딘 자신이 가진 물 음용 습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한다.

▶타임, CNN 그리고 AOL 부사장…‘커리어 하이’를 향해가다=1967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태어나 줄곧 한 도시에서 자란 그는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그의 아버지가 식품기업 콘아그라 브랜즈에서 일하기는 했지만, 무엇을 먹고 마시냐가 골딘의 관심사가 된 적은 많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진로를 정하지 못한 그는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다. 그리고 타임(Time) 사에 취직해 부수 영업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3년 후에는 CNN의 광고 판매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골딘은 2년 만에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변호사인 당시 약혼자이자 현재의 남편을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다. CNN이 지금과 같은 대형 채널로 성장하기 전이었고, 동시에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막 컴퓨터와 인터넷붐이 움틀 무렵이었다.

골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터넷 시장’에 눈을 돌렸다. 출판물 유통과 판매 경험을 가진 골딘은 컴퓨터 기반의 쇼핑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투마켓(2Market)의 영업부장 자리를 제안받았고, 또 2년 후 투마켓이 인터넷기업인 AOL(America Online)에 인수되면서 소속을 옮겼다.

▶콜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찾다 = 2001년, 골린은 돌연 AOL에 사표를 냈다.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 부사장으로서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당시 막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커리어가 아닌 오롯이 가족에게 집중키 위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평소 잘못된 음료 음용 습관이 자신의 몸을 망치고 있음을 깨달은 것도 그 때였다. 맹물을 마시기 힘들어 택한 다이어트 콜라를 하루 3.5리터 꼴로 마신지 몇 년, 그는 ‘콜라 중독자’로서의 삶이 자신의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는 ‘다이어트’란 단어에 속아온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수십 년동안 다이어트 콜라를 마셔왔다. 마치 그것은 내게 건강한 선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나는 그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해결책이 아닌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컸다.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면서 그의 몸무게는 22kg이나 늘었고, 무기력함이 온 몸을 짓눌렀다. 다행히 문제를 알게된 그는 다이어트 콜라를 끊고 다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물을 마신지 불과 2주 반만에 그를 괴롭히던 여드름이 사라졌고, 몸무게도 9kg가 빠져나갔다.

갑작스럽게 몸이 좋아진 것은 골딘에게도 충격이었다. 문제는 물을 마시는 것이 그에게 여전히 힘든 일이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골딘이 물과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것은 작은 과일조각들이었다.

골딘은 “딸기를 몇 조각 썰어 물병에 넣었더니 물을 마시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아이들과 친구들도 좋아했다”고 했다.

콜라를 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태어난 소위 ‘과일물’은 금새 지인들 사이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낸 과일물에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골딘은 과일물에서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5만 달러와 가내수공업, 그리고 구글= “나는 음료회사를 경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힌트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그는 한 유명 음료기업에 ‘과일이 첨가된 물’을 출시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에게 돌아온 담당자의 답은 “스위티(Sweetie), 미국인들은 달지 않은 것을 싫어해”란 거절이었다. ‘스위티’란 호칭에 발끈하고, 사업성이 없다는 음료회사의 떨어진 안목에 실망까지한 골딘은 직접 과일이 첨가된 물, 플레이버 워터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골딘은 5만 달러(한화 6000만원)의 예산으로 자신의 집 주방에서 맨처음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얼마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골딘과 그의 남편은 제한된 지역에 납품이 가능한 수준의 유통기한을 가진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용기를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유통기한을 늘려나갔다.

그렇게 2004년 개발을 마친 제품은 설탕이 아닌 물을 마실 수 있는 ‘힌트’를 준다는 의미에서 ‘힌트’란 이름으로 세상에 출시됐다.

힌트는 선풍적이진 않았지만, 꽤나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기존의 음료기업들이 쥐고 있는 유통망을 뚫어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아있었다. 골딘은 발로 뛰는 쪽을 택했다.

먼저 자신의 동네에 있는 홀푸드 마켓에 힌트를 구매해줄 것을 설득했다. 넷째를 낳기 몇 시간 전에 가까스로 배달된 10개 박스 분량의 힌트 제품은 하루 밤새 동이 났다.

그 무렵, 골딘은 우연한 기회로 실리콘밸리와 직접 ‘첫 거래’를 트게 된다. 다시 기술기업으로 돌아갈 여지를 두고 있었던 그가 구글 취업 면접에 참석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면접에서 자신이 구글에서 일하는 것 외에도 힌트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향후 힌트에 대한 비전도 함께 소개했다.

골딘의 면접이 끝난 후, 구글 간부는 그에게 취업이 아닌 의외의 제안을 건넸다. 구글에 힌트를 공급해달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골딘은 대형 탄산음료들과의 경쟁 없이 구글 본사에 힌트를 직접 배달하기 시작했다. 힌트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음료의 명성을 얻게된 순간이었다.

▶‘설탕물의 시대’의 끝을 선언하다=힌트는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물 음용습관 확대에 일조를 해왔다. 카페인, 탄산이 들어있는 제품 라인은 첨가물 없이 건강한 물을 마시길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골딘은 또 한번 야심찬 제품 라인을 선보였다. 바로 어린이를 위한 제품들이다. 정제수와 천연 맛으로만 만들어진 어린이용 제품을 통해 힌트는 ‘설탕물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용 제품들이 과도하게 많은 당을 함유하고 있고, 어린이 비만과 당뇨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었다.

골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좋아하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위한 버전을 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해 단 음료의 대안을 찾고 있다”면서 “힌트는 건강한 방법으로 물을 섭취해주는 대안이 될 것이고, 단 음료로 인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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