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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북 저자세,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뉴스종합|2019-11-04 11:17

10년도 더 된 일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로 미국 출장을 갔을때다. 백악관 기자실에서 아시안계 한 시니어 기자를 만났다. 남북관계 취재만 25년을 했다는 베테랑 기자였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속사포를 쏴댄다. “남북관계요? 뻔한, 너무나 확연한 패턴이 있어요. 한국은 어르고 달래고 퍼주고 막기를 반복하죠. 북한은 떼쓰고 위협하고 대화 손짓을 했다가 다시 미사일 발사를 되풀이합니다. 사실 남북관계 기사는 앉아서도 쓸 수 있어요. 현재의 한반도 냉전 체제 속에선 아무리 (한국의)유능한 정부가 서더라도 늘 예측이 가능하죠.”

우리에겐 너무 심각한 문제를 베테랑 기자랍시고 함부로 얘기하는 것 같아 “남북관계를 그렇게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나”라고 따졌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그게 사실인 것을 어떻게 합니까”라는 눈빛이다.

당시엔 이상하게도 화가 났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시니어 기자의 말에 수긍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됨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 남북관계는 그렇게 긴장국면과 화해국면 그리고 긴장을 되풀이 해왔다.

주로 진보가 추진했던 햇볕정책, 보수가 펼쳤던 강경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화전양면전술을 최우선 기치로 삼고 대화하는 척 하면서도 늘 핵무기를 호주머니에 숨기고 있는 북한의 이중성이 바뀌지 않는한, 햇볕을 대량으로 쬐어주든 빗장을 꽁꽁 걸어잠그든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힘들고 고통스런 작업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면서 문재인표 대북정책 역시 중간다리를 건너고 있다. 문정부는 처음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했다. 성과도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고, 세기의 북미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담 등 기념비적인 결과도 도출해냈다. 하지면 여기까지였다. 북한은 우리와 대화를 하는척 하면서도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라는 실질적 성과물을 얻지 못하자 계속 우리 측에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화전양면을 여전히 신봉하면서 말이다. 북한이 올해만 무려 12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한 것을 보면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손잡고 포옹한 장면은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시종일관 러브콜을 보내고, 한껏 저자세로 웅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다음날 발사체를 쏴대는 북한의 비양심적 도발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아주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한 것은 아연실색케 한다.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은 알겠지만, 청와대 외교안보 톱브레인의 극도의 저자세 발언은 국민들로선 여간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국방부 장관이 “북한 미사일 발사는 적대행위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는 상황이니,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는 조롱도 나올법 한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 앞에 이같은 낮은자세는 ‘굴종’임을 정부는 빨리 깨달아야 한다. ‘할말은 하는’ 정책, 이게 후반기 문정부의 대북정책이 돼야 한다. 10년전 만난 그 시니어 기자 말에 따르면 어차피 북한의 다음 반응은 뻔하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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