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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농어업의 ‘포지티브섬’
뉴스종합|2019-08-12 11:19

50년 가까이 ‘국민과자’로 인기를 누려온 한 대기업의 새우과자가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다. 원료로 들어가던 군산 꽃새우를 미국산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연간 500여톤의 꽃새우를 공급하던 군산지역으로서는 어민들의 소득급감은 물론 지역경제를 걱정해야 할 위기였다. 결국 군산 꽃새우를 계속 공급하되, 기업이 요구하는 품질기준에 맞추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며칠 전 해당 기업 대표를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원가를 낮추기 위한 목적은 아니며, 최근 몇 년간 국내산 꽃새우가 이물질 혼입 등 불균질성 때문에 선별작업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국산과 미국산의 가격차가 10~15% 정도인데 전체 상품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품질만 같다면 수입산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산 원료를 쓰면 국민들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식품기업 관계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농어민과의 상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했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으나 대기업이 국산 원료 사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식품 대기업들이 국내 농어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 농어업계도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농수산물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산 농수산물이 식품기업이 필요로 하는 품질과 규격을 맞출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도 시설현대화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식품원료 시장도 수입장벽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번에 논란이 된 꽃새우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농수산물 원료가 물밀듯이 국내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가정에서 신선 농수산물을 구매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든다. 작년과 올해 엽근채류의 가격폭락이 품목별로 반복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소비패턴 변화도 한 가지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농수산물 및 가공식품 수출확대, 그리고 식품기업들의 국산 원료 이용확대가 줄어드는 가정용 소비를 대체할 좋은 방법이다. 특히 대량소비처인 식품 대기업들이 국산 농수산물 원료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해나가야 한다.

식품 대기업들이 국산 농수산물 사용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과 품질, 그리고 불확실성이다.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고 안정적 공급, 일정한 품질 유지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다. 계약재배 등 가격을 낮추면서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식품기업과 현장 농어가, 정부와 유관기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산 원료를 쓰는 것이 농어민은 물론 식품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쪽은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을 ‘제로섬(zero-sum)’이라고 한다. 시장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전체 이익도 정해져 있다는 시각이다. 제로섬의 반대 개념이 ‘포지티브섬(positive-sum)’이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상호협력, 즉 상생을 통해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지티브섬 전략’이다. 농어업과 식품기업들의 상호협력을 통해 우리 농식품 시장을 넓히고 가치를 높여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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