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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이사람] 상가권리금 통과 주역 김영주 변호사 “슬픔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왔어요”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지난 4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토론회가 열렸던 국회 의원회관의 한 회의실 풍경.

권리금을 뺏기고 밖으로 나 앉게 된 상인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쏟아지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원들의 말이 이어질 무렵이었다. “상인들의 이야기는요…”라며 약간 느슨해졌던 분위기를 뚫고 한 여성이 조용한 목소리를 내놨다. 발언이 진행될수록 목소리는 힘을 얻었고 카랑카랑해졌다. 두서없이 쏟아지던 상인의 말들은 여성의 목소리에 실려 점점 설득력을 얻어갔다. 임대인들의 부당한 행태, 법안 통과의 당위성 등을 조목조목 따지는 발언이 끝나자, 너나 할것 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이 여성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토론회 장 분위기를 압도한 이 여성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김영주(43) 변호사.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고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국회 통과 주역이다. 


지난 9일 서초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명도집행 현장에서 보던 투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얼굴 가득 장난기 가득한 표정에는 겉치레는 없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한시간 동안 몇번이나 책상에 엎드리며 “그런말은 부끄러우니 쓰지마요”라고 웃었다. 누구나 쉽게 말을 걸을 수 있는 사람, 경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가 권리금에 관심을 가지게 건 2013년 말 우연히 만난 홍대 상인 때문이었다.

“음악 들으러 동료들과 홍대 카페에 갔어요. 상인들이 변호사라고 권리금 이야기만 쏟아내는 겁니다. 평생을 일궈낸 노력들이 한순간에 날아간 그들의 사연에서 절망의 무게가 그대로 묻어났어요. 하나둘씩 맡다보니 어떻게 법까지 바꾸는 일에 동참하게 된 거구요.”

그는 이후 20여건의 권리금 관련 소송을 맡게 됐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의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권리금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해 이 문제로 소송을 해도 패소할 확률이 컸다. 변호사들이 질게 뻔한 사건을 맡을리 만무했고, 상인들 역시 법에 기댈 엄두조차 내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관심은 큰 힘이 됐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구도속에서,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의 편에선 김 변호사. 그는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약자들 편에 서 왔다.

“처음 변호사 일을 할때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일을 많이 했어요. 일이 즐겁지 않았어요. 뭔가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느낌도 들었었구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냐는 생각이 점점 커졌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 일을 안하게 되더라구요.”

돈을 버는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그. 김 변호사는 이를 돈 버는데에 소질이 없다고 표현했고, 무능력하게 비춰지면 어찌지라며 웃는다. “내가 가진 미력하나마 있는 능력으로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표정에서 미소가 생긴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중요한 판단을 할 때는 과거의 경험이 주요한 길잡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을 터. “저는 어릴 때 몸이 아파 보호받고 컸어요. 겨울이었는데 저는 항상 두껍고 좋은 옷을 입는데, 제 뒤에 앉아 있는 친구는 항상 어디서 맞고 오고, 얇은 옷차림으로 있는거예요. 결국 가정폭력과 환경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기나 나나 똑같은 학생인데 결국 차이가 생기더라구요.”

이때부터 차이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노력을 조금은 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말이다.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어떤 책임을 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그 책임에 대한 조금의 노력이라도 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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