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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교황의 엄지손가락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는 지난해 12월 초 신뢰할만한 소식통을 인용, 프란치스코 교황의 밤의 행적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교황은 일반 사제 복장을 하고 몰래 빠져나가 노숙자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바티칸은 이를 공식 인정하진 않았지만 교황이 추기경 시절 밤에 나가 노숙자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그들 곁에 앉아 길거리에서 함께 빵을 먹곤 했던 사실에 비춰보면 짐작할 만하다. 외신을 통해 듣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행보가 4박5일간의 방한을 통해 생생히 전달되며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다독이고 안아줘야 할 이들이 많아 빡빡하게 이어진 일정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천진스런 미소를 잃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은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100시간에 걸친 교황의 활동은 특유의 손가락 제스처로 집약된다.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에선 장애아동들이 환영의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며 “교황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자 교황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라고 칭찬했다. 교황의 손가락은 아기에겐 엄마의 젖꼭지와 같았다. 입양아기들을 축복하는 자리에서 교황은 아기 한명이 자신의 손가락만 빨며 딴데만 보자 눈을 맞추려 자신의 손가락을 대신 넣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아기는 한동안 교황의 손가락을 잡고 빨며 놓지 않았다. 수도자들에게 교황의 엄지손가락은 에너지 충전기였다. 사랑의 연수원에서 만난 수도자들이 자신의 현실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자 엄지를 들어 용기를 주었고, 노숙인들로 꾸며진 합창단이 노래할 때도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교황의 엄지손가락은 ‘당신 최고’‘당신 멋져’라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쓰는 포르투갈어 ‘따봉’과 통한다. 교황의 반지 낀 손가락은 한때 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이젠 소통의 방식이 된 것이다. 거기에는 자연 환한 미소가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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