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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3년 벼른 부천의 복수극은 실패
뉴스| 2020-05-31 06:16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황도연 기자] 13년을 기다렸지만, 첫 만남은 무릎을 꿇었다. 부천FC가 지난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2020 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의 사상 첫 맞대결에서 0-1로 패했다. 제주는 이번 승리로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고, 부천은 개막 후 3연승 행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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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펼쳐진 부천과 제주의 경기 시작 전, 부천의 김영남(왼), 제주의 권한진(오)과 주심이 코인토스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연고지 이전에 얽힌 악연
두 팀의 불편한 관계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천을 연고로 둔 기업구단 부천SK는 제주도에 대한 모기업의 투자 등의 이유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했고, 그 결과 지금의 ‘제주 유나이티드’가 탄생했다. 연고지 이전의 과정에서는 많은 잡음이 있었다. SK의 연고지 이전 결정에 부천의 서포터스와 부천시축구협회는 연고지 이전 반대의사를 밝혔고, 부천을 포함한 각 지역의 서포터스들은 ‘연고지 이전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분노에 찬 부천 팬들은 지역 서포터즈를 중심으로 시민구단 창단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금의 ‘부천FC1995’가 탄생했다. 부천은 아마추어 리그인 K3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프로 진출에 대한 부천 시민들과 팬들의 노력으로 K리그2에 입성했다. 부천은 1부 승격을 꿈꾸며 제주와의 맞대결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지난 시즌 제주가 2부로 강등되면서 생각보다 빨리 두 팀의 만남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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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헤더골을 넣으며 제주에게 첫 승을 안겨준 주민규가 득점 후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실패로 끝난 부천의 복수전
부천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주와의 만남에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5228일 동안 지켜온 우리의 긍지, 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와 같은 많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더해 부천 서포터스는 제주전을 위해 따로 녹음한 응원까지 준비했다. 부천은 개막 후 3연승을 질주하며 팀 분위기도 좋았고,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인 만큼 제주를 상대로 완벽한 복수극을 펼치길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부천의 계획과 달랐다. 이날 경기는 많은 관심이 쏠린 만큼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 제주가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바이아노와 바비오를 앞세운 부천의 역습도 날카로웠다.

후반 막판까지 선수들의 치열한 몸싸움이 이어졌고 벤치에서는 전술대결이 이어졌다. 후반 막판까지 팽팽하던 흐름은 제주의 공격수 주민규가 헤더골을 기록하며 깨졌다.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제주와 달리 오랫동안 복수를 꿈꿨던 부천에게는 쓰라린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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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실에 많은 기자들이 몰려 취재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40여명의 취재진이 경기를 취재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불편한 관계는 K리그의 새 흥미
두 팀의 불편한 관계는 13년 전 일어난 연고지 이전 사건이 전부가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에 사령탑으로 부임한 남기일 감독은 과거 부천SK에서 데뷔해 7년간 활약했다. 또한 지난 시즌 부천의 부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임동혁도 제주로 이적하며 부천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처럼 두 팀의 관계는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다양한 관계로 얽히며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두 팀은 앞으로 2차례 더 맞붙을 예정이다. 그만큼 부천과 제주의 ‘연고지 더비’는 앞으로도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K리그1에 존재하는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전설매치’,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 수원 삼성과 서울의 ‘슈퍼매치’ 처럼 새로운 볼거리가 하나 추가됐다.

양 팀의 다음 경기는 오는 7월 12일 제주의 홈에서 펼쳐진다. 과연 부천은 다음 경기에서는 복수에 성공 할 수 있을까? 새로운 라이벌 관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두 팀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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