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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를 향한 '불편함'이 불편하다
뉴스| 2019-08-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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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타구 이후 소리를 질러 논란에 휩싸인 강백호. [사진=OSEN]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강백호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13일 저녁 롯데 자이언츠는 홈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6-5 역전승을 거뒀다. 선발로 나선 브룩 다익손이 2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으나 이어 올라온 김원중이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역전의 주춧돌을 놓았다. 타선 또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었고, 승부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경기 종료후 야구팬들을 뜨겁게 달군 것은 롯데의 승리도, kt의 패배도 아니었다. 바로 강백호와 김원중의 신경전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7회초 kt의 공격 때 발생했다. 4-4로 팽팽히 맞선 상황, 위기에 몰린 김원중을 상대로 1사 만루 상황에서 강백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강백호는 김원중의 5구를 받아친 뒤 파울에 그치자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괴성을 내질렀다. 현장의 팬들은 물론, TV 중계를 통해서도 들릴 만큼 요란한 괴성이었다.

김원중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잠시 강백호를 노려보며 타석 쪽으로 다가가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마운드로 돌아왔다. 강백호의 감정 표출에 대한 일종의 신경전이었던 셈이다. 결국 강백호는 투수 땅볼로 물러났고, 김원중은 후속 타자마저 잡아내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채 이닝을 마쳤다.

팬들의 여론은 엇갈렸다. 먼저 강백호의 괴성이 과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타자가 자신의 아쉬움을 괴성으로 표출하는 것은 상대 투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이다. 1999년생인 강백호는 올해로 KBO 데뷔 2년차이다. 1993년생으로 2015년 리그에 데뷔한 김원중의 3년 후배이다. 한국 사회의 선후배 문화를 고려할 때, 이는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론도 있다. 프로 스포츠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 만큼, 선수가 소리를 지르는 정도의 행동은 승부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투수들이 승부처에서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포효한다. 강백호가 욕설 등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내뱉은 정황이 없는 만큼, 그를 향한 비난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타자가 홈런을 날린 뒤 방망이를 내던지는 배트 플립 논란이 겹쳐 보인다.

강백호의 행동이 한국 사회의 선후배 문화와 맞지 않았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다. 한국 스포츠계의 뚜렷한 상하관계, 이른바 '군기 문화'를 고려한다면 이는 더욱 용납되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의 운동선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군기 문화 속에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강백호를 향한 비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단순히 프로야구계에 군기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해서 이것을 무조건 따르고 유지시켜야 하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국의 수직적 문화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누군가에겐 선배가 이끌어주고 후배가 따라가는 아름다운 그림이 떠오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선배의 강압적 태도에 후배들이 제 역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류 문화와 올바른 문화는 구분해야 한다. 야구계를 떠나서, 한국 사회는 군기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현재 사회 내의 주류 문화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야구로 돌아와보면, 승부의 세계에서 후배라는 이유로 자신의 승부욕을 표출하는 것을 막는다면 이것을 과연 바람직한 문화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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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은 강백호와의 신경전 이후, 1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이닝을 마쳤다. [사진=롯데자이언츠]


후배의 도발에 대해 김원중은 의연했다. 폭력이나 욕설 등을 자제하는 대신, 강백호를 노려봄으로써 승부처에서의 신경전을 피하지 않았다. 신경전에 대한 최고의 대처는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결국 강백호를 잡아내며 판정승을 거둔 쪽은 김원중이었다.

벤치 클리어링 등 폭력 사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가운데 짜릿한 승부를 즐길 수 있었다. 강백호의 괴성도, 김원중의 눈빛도 승부욕으로 가득한 프로의 모습일 뿐이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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