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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섐보의 스윙 변화와 권영후 박사의 분석
뉴스| 2018-11-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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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는 지난주 우승한 뒤 비밀이라는 자신의 스윙 비결에 살짝 힌트를 줬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필드의 물리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의 최근 성적이 놀라울 정도다.

지난 6월부터 계산해 11번 대회에 출전해 4승을 거뒀다. 6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안병훈과의 연장전 끝에 투어 2승을 올렸고, 8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2경기인 노던트러스트, 9월 델테크놀로지챔피언십을 연달아 우승했고, 지난주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면서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에서 우승했다. 이 기간 그의 세계랭킹도 38위에서 6위까지 훌쩍 뛰어올랐다.

우승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비밀’이라면서 스윙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머리에서 나온다. 암흑공간을 가지고 손과 팔, 몸통에 신경학적인 감각을 넣어 클럽에 적용한다. 머릿속에서 궤도를 시각화한다.”

다소 어렵게 보이는 그의 스윙 이론을 이해하려면 <골핑머신>이란 책을 쓴 호머 캘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항상 동일한 스윙 궤도로 스윙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디섐보는 이 이론에 빠져 아이언과 웨지의 클럽 길이를 모두 동일하게 조정했다. 클럽마다 비거리가 다른 건 스윙 차이가 아니라 클럽이 가진 로프트 각도의 차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2016년에 프로 데뷔하면서 디섐보와 용품 계약을 한 코브라골프는 그의 의견을 따라 6번 아이언 길이(37.5인치)로 맞춘 ‘원-랭스(one-length) 아이언’을 제공했다.

텍사스주 달라스에 있는 서던메소디스트대학(SMU)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디섐보는 골프의 다양한 물리적 특징을 실험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로프트 각도가 다른 3번부터 60도 웨지까지 아이언 클럽을 모두 같은 길이로 만들어 시합에 나서는가 하면 사이드새들 퍼터를 사용해 공의 뒤에서 퍼팅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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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에 권영후 박사를 찾아와 스윙분석을 한 디섐보. 몸의 각 부위에 센서를 부착하고 스윙을 측정한다.


생체역학 스윙과 디섐보
2014년에 미국 골프계에는 생체역학(bio-mechanic) 스윙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새로운 스윙 코치로 크리스 코모를 영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코모가 뜨면서 동시에 거론된 생체역학계의 이론적 권위자는 한국인 권영후 텍사스여대 교수였다.

권교수는 4년 전에 디섐보가 자신을 찾아왔고, 지난달에 다시 찾아와 스윙 분석을 했는데 4년전과는 다소 달라진 스윙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요점은 예전에 디섐보가 고집하던 동일 궤도 스윙에서 달라졌지만 더 파워풀해지고 편해졌다는 얘기다. 다음은 권교수가 이메일을 통해서 디섐보의 스윙 변화를 분석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디섐보가 이곳 텍사스주 달라스에 있는 SMU에 다닐 때 처음 연락이 와서 관계를 맺게 되었어요. 골프 선수가 물리학을 전공하는 경우는 좀 드문데, 물리학도 답게 탐구정신이 투철한 친구였어요. 2014년 시즌 끝나고 12월에 실험실에 와서 스윙분석을 받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디샘보는 단일평면 스윙에 꽂혀 있었는데, 분석 결과 완전한 단일평면 스윙은 아니고 다운스윙 중에 스윙평면이 좀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더군요. 좀 실망하는 눈치였어요. 그래서 단일 평면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생체역학적으로 정상이라는 설명을 해준 기억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단일평면 스윙을 포기하는 쪽을 권장했어요. 클럽 헤드를 단일 평면 위에서 움직이려다 보면 사실 몸을 충분히 쓰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몸을 제대로 쓰는 연습을 좀 시켰어요. 그땐 본인도 좋아하는 것 같더니, 이틀 후엔가 이메일이 왔는데 원래 스윙을 고수하기로 했다더군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레인지에서 공을 쳐보니 잘 안 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저 단일 평면 스윙이 좋아서 그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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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편 스윙이던 2014년12월(왼쪽)보다 지난달 스윙(오른쪽)에서 파워를 나타내는 가운데 화살표가 높게 나타난다.


역동적으로 달라진 스윙
지난 10월말에 전에 타이거 우즈 코치했던 크리스 코모와 같이 실험실에 왔었어요. 코모는 정식으로 디섐보를 코치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자주 서로 연락하고 디섐보가 조언을 얻는 사이인 것 같아요. 불행하게도 제가 골프강의 때문에 멕시코시티에 가기로 일정이 잡혀 있어, 부재 중에 실험실에 와서 학생들이 스윙분석을 위해 실험을 했어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화를 나눠 볼 기회를 놓쳤어요.

돌아와서 분석을 해보니 변화가 좀 눈에 띄더군요. 요약하면, 스윙이 보다 역동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우선 지면 반력의 변화폭이 증가했어요. 힘을 줄여야 되는 위치(백스윙탑)에서는 더 줄이고, 지면을 힘차게 밀어야 되는 시점에서는 더 힘차게 미는 양상이 보입니다. 또 수평방향의 지면과의 상호작용도 좋아졌어요. 전면 비디오(BD-Frontal.mp4)를 보시면 백스윙탑에서 지면반력 벡터의 경사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데, 수평성분(좌우성분)이 증가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면반력 화살표가 몸의 무게중심에서 멀어지면 지레팔이 길어지면서 회전력이 커집니다. 힘의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지렛팔의 길이가 길어져서 오히려 전후축에 대한 회전력은 더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몸을 회전 가속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헤드스피드가 4~5마일 정도 늘어서 힘을 덜 들이고도 스피드를 낼 수 있게 되니까 아무래도 스윙이 좀 쉬워지지요.

백스윙이 좀 더 빨라진 것도 보입니다. 골프에서는 느린 백스윙이 가장 나쁜 공공의 적인데, 백스윙이 빨라지면 그만큼 몸이 자연스럽게 좋은 역학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스윙을 저절로 바꿔 주거든요. 많은 문제를 백스윙 스피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새 스윙에서는 백스윙 중에 헤드가 높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다운스윙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BD-FSP.mp4). 백스윙과 다운스윙이 계속 연결 동작으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동작을 이용해 다운스윙 중에도 코킹이 계속 증가하여, 언코킹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동작과 함께 헤드 궤적이 단일평면에서 많이 벗어난다는 점입니다. 스윙평면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심해졌지요. 동작이 점차 역동적으로 바뀌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스탠스도 많이 넓어졌고 그래서 백스윙 중에 골반이 목표방향으로 움직이는 정도가 덜해졌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조금만 더 진행되면 보편적인 스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윙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집니다.

- 권영후 텍사스여대 운동학과 교수는 골프 생체역학의 권위자다. 그는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운동역학연구소장이자 국제 학술지인 계간 <스포츠생체역학 Sports Biomechanics>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3차원 동작분석 소프트웨어인 Kwon3D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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