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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41) ‘음지’ 택한 하승운은 자신을 돌아봤다
뉴스| 2018-09-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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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운은 지난해 U-20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뜨거웠던 FIFA U-20 월드컵이 끝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송범근, 조영욱, 이진현 등은 프로 진출 후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들은 매스컴에도 줄곧 이름을 올리며 팬들의 인기를 끌었다. 반면 프로를 잠시 뒤로 하고 좀 더 농익기 위해 음지에서 경험치를 쌓은 이도 있다. 연세대 하승운(20)이 그 대표적 케이스다.

지난해 하승운은 파란만장했다. 극적으로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이 반년 남짓 남은 시점에 첫 태극마크를 단 후 월드컵 출전까지 힘을 썼다. 하지만 정작 본선 무대에선 임팩트가 별로 없었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질타를 받아 주눅도 들었다.

“사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월드컵을 가보니 긴장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자신감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인데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어요. 아직도 다시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세대로 돌아와선 경기력에 도움 줄 만큼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요.”

연세대로 돌아와선 하승운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특히 라이벌 고려대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지난해 정기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종료 직전 중거리 슈팅으로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3월 목동운동장에서 펼쳐진 고려대와의 U리그 개막전에서 다시 한번 결승골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유독 후반 막판 골에 대한 집중력이 높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의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지막 시간대로 접어들면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겨요.”

올 시즌은 등번호를 새로 했다. 지난해 선배 이근호가 단 ‘에이스’ 10번을 하승운이 물려받았다. 연세대 신재흠 감독이 하승운에게 신뢰를 보낸 것. “(하)승운이는 단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다”고 신재흠 감독이 평했다. 하승운은 “번호에 대한 부담감은 솔직히 없어요. 하지만 번호값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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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운(10번)은 연세대로 돌아와 라이벌 고려대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승운의 말대로 번호 값(?)은 했다. 연세대가 시즌 초반 부침이 있을 때 득점 한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상황에 따라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수비를 흔들었다. 본인이 욕심을 낼 때도 있었지만 신입생 윤태웅, 양지훈, 양지훈 등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줬다.

장점, 단점 모두 확실하다. 왼쪽 측면에서 득점 기회를 본인이 만들어 해결한다. 슈팅 임팩트도 괜찮은 편. 단점에 관해 신재흠 감독은 “골에 대한 욕심을 더 가져야 하고 더 저돌적이어야 한다. 골문 앞에서 너무 완벽함을 추구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하승운은 “피지컬, 경기 운영, 수비 가담 세 요소를 보완해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은 프로 진출을 바라본다. 하승운의 주 포지션은 최전방 및 왼쪽 측면 공격수. 하지만 프로에서 그의 포지션을 보장할 수 없다. 때에 따라서 오른쪽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승운도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왼쪽에서는 안쪽으로 치다가 슈팅으로 마무리하려 하고, 오른쪽에서는 크로스에 중점을 둬요. 크로스에도 자신이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 대한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수비수는 물론이고 최전방 공격수에게도 수비 가담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하승운은 수비 가담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다. 연세대에서 후반 막판까지 수비에 몰두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선수비 후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제가 몸에 벤 습관 때문에 공격 쪽에 박혀 있다가 공이 오면 플레이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어요. 그런 부분을 고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할 것 같아요.”

스탠드가 꽉 찬 경기장을 밟다 백 명이 채 되지 않은 무대에 서면 공허함이 크게 찾아온다. 프로로 진출한 친구들과 비교하며 자책할 법도 했다. “1학년 말쯤엔 조급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으니. 하지만 이내 스스로를 돌아봤다.

“후회를 해봤자 저한테 독이 될 거 같아서 ‘나의 운명이고 사람마다 타이밍이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미리 프로에 가서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프로 바로 밑인 대학 무대에서 2년 동안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스스로 많이 연구했어요. 분명 먼저 간 사람보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결코 단점이 될 것이란 생각은 안 해요. 이제부터 저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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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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