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청년이 과일에서 멀어진 까닭은? ‘N개의 공론장’ 현장 스케치
뉴스| 2019-11-11 15:55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최국태 기자)“청년빈곤이라 표현되는 N포세대 청년들의 먹거리가 편의식품으로 채워지면서 신선식품과 거리가 계속 멀어지고 있다.” - 조길예 전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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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청년 건강, 청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유기농문화센터)


청년먹거리를 고민하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지난 11월 2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누가 청년에게서 과일을 뺏어갔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청년먹거리 토론회 자리. 서울시가 주관하고 팟캐스트 ‘채식을 부탁해’ 박은주PD 주최로 진행된 행사로, 40여 명 청년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회는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과 비건블로거 베지미나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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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예 전남대 명예교수는 잘못된 먹거리를 알려주는 '먹방'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유기농문화센터)


첫 번째 강연자,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상임대표(전남대 명예 교수)는 ‘누가 청년에게서 과일을 빼앗아갔나’라는 주제로, 청년이 신선식품에서부터 격리된 원인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시대 음식문화가 먹방, 배달음식, 치맥, 편의점 같은 키워드가 지배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시간과 돈 부족, 교육과 제도 부족으로 청년들이 신선식품에서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육류 위주의 식단은 지구와 청년을 모두 망칠 수밖에 없으며, 청년 실업과 마찬가지로 청년 건강도 국가가 국가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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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기업체 신입사원 신체검사를 해 보면 정상인 청년이 3%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사진=유기농문화센터)


두 번째로,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 모임 ‘베지닥터’ 이의철 사무국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채소, 과일이 청년을 구원하리라!’라는 제목으로 영양학 측면에서 청년 먹거리를 진단했다. 그는 “기업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건강진단을 해보면 평균 3%만 정상수치가 나올 만큼 청년의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지적하며,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청년들의 건강 개선을 위해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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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야채를 소분해 청년에게 판매한 '개인주의 야채가게' 유재인 퍼포먼스 예술가.


세 번째 강연은 청년 당사자이자 퍼포먼스 예술가인 유재인 작가가 2014년 100일간 자신이 열었던 ‘개인주의 야채가게’를 소개했다. 그는 “혼자 먹는 된장찌개는 대파 반 조각과 마늘 한 톨이면 충분한데, 마트에 파는 과일과 채소는 모두 묶음단위로 되어 있고 가격도 비싸 구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청년 먹거리에 과일과 채소가 등장하려면 1인 가구 청년들이 소단위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옵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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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이후에는 강연자와 청년 간 토론이 이어졌다.(사진=유기농문화센터)


이날 행사의 청년 참여자 박은경(36세, 프리랜서 드라마 편집자) 씨는 “나도 청년1인가구인데 언젠가부터 과일을 멀리해왔다”며, “이 자리에 와서 그게 사회적인 고민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먹어야 나 자신, 우리 사회, 지구가 건강할지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행사 사회를 진행한 유기농문화센터 강성미 원장은 “우리 국민 연간 쌀 소비량은 1년에 60킬로그램 정도인데, 10kg 쌀을 평균 27,000원 비용으로 한 달 밥을 해서 먹어도 쌀이 남는다. 밥을 해먹고 남는 돈으로 과일을 먹는 게 해법일 수 있다. 그러기위해서 초등학생 때 국영수보다 중요한 요리 수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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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행사를 주최한 팟케스트 '채식을 부탁해' 박은주 PD, 사회를 본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 채식블로거 베지미나.


이 날 토론장에는 참여 청년들을 위해 현미가래떡, 고구마, 미니사과, 방울토마토, 거봉, 귤 등 신선식품 다과가 준비되었다. 청년들은 준비해온 식기로 4시간 행사 내내 다과를 즐겼다. 주최 측은 공론이 끝난 후에 남은 과일을 모두 청년들에게 싸주기도 했다. 또한, 청각장애가 있는 청년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발언은 검은 스크린에 문자통역으로 기록되었다. 질의응답은 symflow 솔루션을 통하여 실시간 채팅으로 진행되어 청년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관한 ‘채식을 부탁해’ 박은주 PD는 “5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생전 야근을 하며 먹은 삼각김밥, 컵라면, 콜라 사진이 즐비했다”며 “이번 N개의 공론장을 통해 내 친구처럼 편의점 음식에 지배당하고 있을 청년이 한 명이라도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공동사회를 맡은 베지미나는 “청년들의 건강은 올바른 영양에 대한 정보 부족, 과일보다 가공식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계속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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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주관하는 'N개의 공론장'은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전문가와 함께 풀어가는 자리이다.(사진=유기농문화센터)


N개의 공론장은 서울시 주관으로 2018년부터 시작되었다. 청년 주최자가 주제를 가지고 오면 면접을 통해 주제가 정해진다. N개의 공론장은 주제를 상시 모집하고 있으며, 일정은 청년주최자 등 일정에 따라 조율한다. 이번 ‘청년과일’ 편은 2019년 N개의 공론장 중 10번째 행사였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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