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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광대들’ 익숙한 이야기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의 부조화
뉴스| 2019-08-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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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광대들’은 독특한 설정만 남은 영화다. 빛나는 상상력을 뒷받침할 서사의 개연성이 탄탄하지 않다.

21일 개봉하는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세조 말기, 세조실록에 기록된 40여 건의 기이한 현상들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영화에 따르면 실록에 적힌 기이한 현상들은 모두 직접 일어난 것이 맞지만, 이 모든 것을 광대패들이 꾸며낸 일이라는 것이다.

세조가 지나가자 소나무가 저절로 움직이고,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황색 구름이 뒤덮었고, 오대산에서 몸을 씻으니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실록 속 기이한 현상들을 어떻게 광대들의 손으로 구현할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상력이니, 부족한 논리는 눈감아 줘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한다.

영화적 설정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조선 시대에 직접 만든 러닝머신이 있고, 현신한 부처가 공중을 떠다니는 것을 볼 때는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상상력이 핵심인데, 이 상상력을 뒷받침할 논리가 너무 부족해 이 현상들을 웃으며 봐야 할지 진지하게 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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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그나마 한명회와 세조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무게가 잡히기 시작한다. 조카를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몸이 쇠약해지면서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세조, 그런 왕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 절실한 한명회 등 인물들의 절박한 심정이 섬세하게 담겼다. 손현주, 박희순의 깊이 있는 연기력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5명의 광대로 활약한 조진웅, 고창석, 윤박, 김슬기, 김민석의 활약도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논리적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탓에 그저 웃음을 자아내는 도구적인 캐릭터들로 전락하게 된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며 광대패의 리더로 중심을 잡은 조진웅의 열연도 구멍 난 개연성을 전부 메우지는 못한다.

결국 ‘광대들’은 광대들의 재기 발랄한 활약이 무거운 시대상과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며 녹아드는 과정이 필수였지만, 개연성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 셈이다. 기상천외한 설정과 우리가 아는 흔한 역사의 부조화가 영화 전체를 삐그덕 거리게 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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