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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 5개월②] 수많은 피해자 양산한 ‘정준영 지라시’
뉴스| 2019-04-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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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채윤 기자] 클럽 버닝썬 논란으로 촉발된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 논란이 확산되면서 불똥이 애먼 곳으로 튀었다. ‘정준영 동영상’ 속 피해자 찾기에 모든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연예인들이 2차 피해로 몸살을 앓았고, 현재까지도 루머와 근거 없는 추측은 확산되고 있다.

작년 12월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시작은 단순 폭행 사건이었지만 성접대, 마약, 경찰 유착 등의 많은 논란이 숨어있었고, 이와 동시에 정준영이 성관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이를 지인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유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SNS를 통해 ‘정준영 동영상’ 관련 피해 여성 연예인 리스트라며 근거 없는 지라시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문채원, 정유미, 이청아, 오연서, 오초희 등의 연예인들이 거론됐고, 이들은 정준영과의 관련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특히 고준희는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승리의 일본 사업가 접대 자리에 초대받은 배우로 지목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에 “승리라는 친구와는 동종업계에서 알게 된 사이로, 같은 YG 소속사였기에 친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승리의 사업상 접대 등에 참석하였거나 참석 요청을 받았거나 그러한 유사한 관계가 있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저는 그들에게 그들이 카톡방에서 언급한 ‘여배우’가 정말로 저인지 묻고 싶은 답답한 심정이다”고 얘기했다.

이후 고준희가 출연하기로 한 KBS2 새 드라마 ‘퍼퓸’에서 하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는 또다시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렸다. ‘승리 관련 루머가 사실이기 때문에 하차했다’는 악성 댓글이 작성, 유포된 것이다. 결국 고준희는 변호사를 선임해 “악성 루머 작성자 또는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에도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꾸준하게 '정준영 동영상'이 올라왔고 정준영과 평소 친분이 있거나 같이 작품을 한 여배우들의 이름도 계속 거론됐다. 일부 동영상 사이트에는 영상과 무관하게 이번에 거론된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을 정준영과 엮어 올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몇몇 언론은 특정 여성 연예인을 추측할 수 있게, 불필요한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해 비판을 받고 삭제, 수정을 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집중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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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이 인스타그램)



이러한 사태를 두고 배우 하연주와 가수 소이는 추측성 루머는 또 다른 가해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그들은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사진, 동영상 유포=2차 가해.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사진을 게재하며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정준영은 물론 해당 카톡방에 있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의심받는 상황이다. 그런데 설사 연관이 있더라도 이들은 거론될 이유는 없다”며 “기사 댓글에 ‘뭐가 있으니까 이름이 거론되었겠지’라고 쓰여 있는 것을 봤는데, 그게 이번 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예계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라시와 무분별한 추측으로 곤욕을 겪고 있다. 그동안 연예계는 악성 루머에 대해 괜한 대응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강력 대응의 칼을 뽑아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만히 있으면 루머가 사실로 변질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악성 루머의 생산과 유포는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범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중범죄다. 최초 유포자뿐만 아니라 중간 유포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는 소문에 난도질을 당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무분별한 추측과 유포는 상대에게는 엄청난 가해 행위라는 것과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타인에 의해 엉뚱한 피해자가 양산되는 현상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말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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