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스타강사 김미경이 '북드라마'를 하는 진짜 이유
뉴스| 2019-04-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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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청림)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북하우스). 도서시장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이들이라면 최근에 들어봤을 책이다.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한 책인데 알고보면 각각 지난해 7월, 2014년도에 출간된 구간이다. 지나간 책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스타강사 김미경이다. 김미경은 자신이 운영 중인 MKTV(김미경TV)에서 책을 소개하고 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영상 ‘북드라마’로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다. 벌써 시즌1을 끝내고 시즌2에 돌입했다. 자기계발 멘토, 엄마들의 엄마로 불리는 그가 왜 책을 집어들었을까. 저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으니 그가 책을 가까이 하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책읽기를 넘어 책읽기를 공유하고 독려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시대 멘토로서 역할의 연장선상인 동시에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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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 살아가며 가장 필요한 게 책인 것, 아세요?

따라올 자 없는 말재간과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도서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김미경을 지난 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앉자마자 책을 소재로 한 영상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27년차 강사인 그가 이미 MKTV를 통해 내놓은 좋은 콘텐츠들이 즐비한 상태였다. 굳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 이유, 돌아온 답은 “욕심”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욕심이라고 하고 싶어요. 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책 읽을 시간이 없게 바쁘더라고요. 하지만 경험상 틀 안에 갇힐 때 성장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중고생 때 두 달에 한번 시험을 본 덕에 기본 지식을 습득한 것처럼요. 나이가 들면서는 틀이 사라지고 고민만 있는 상태가 돼요. ‘그걸 했어야 했는데’ 반성만 하며 상실감만 커지죠. 그래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틀을 만든 셈이죠. 살아가며 가장 필요한 게 책이기도 해요. 똑똑한 사람은 나이들어 갈수록, 위기일수록, 쓸쓸할수록 책을 들어요. 든든한 친구이자 무기가 되거든요. 그래서 나도 남을 위하기보다 나를 위해 시작했어요. 자신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누군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욕심을 냈죠. 태생이 또 선생이잖아요(웃음)”

순전히 본인 욕심으로 시작한 일이라는데 반향이 남다르다. 그렇게 뚫기 어렵다는 도서시장에 그가 소개한 구간이 쑥 상위권에 올라오는가 하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일수록 잘 나간다는 유튜브 시장에서 회차당 평균 조회수가 20만 뷰에 이른다. 그러나 단순히 김미경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유명세로 치부해선 안된다.

누구의 손에도 맡기지 않고 김미경 자신이 일일이 책을 들여다보고 엄격한 검토와 탈락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책 한권을 선별해낸다. 구독자의 성별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 각기 다른 환경까지 고심해가며 한 주 한 주 책을 골라낸다. 적정한 가격인지도 꼼꼼히 따진다. 정말 좋다고 생각하지만 가격이 과하게 비싸 소개하지 않은 책도 있을 정도다. 여기에 그를 신뢰하고 따르는 수많은 이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언변력,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녹여낸 진솔한 이야기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북리뷰 영상들마저 제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북드라마’가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이자 성공 전략은 진솔함에 있다. 김미경은 “책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 책이 내 몸을 통과해서 나온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화자의 머리와 가슴을 거쳐 나온 이야기들이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솔직하고 진심어린 한마디 한마디가 수많은 이들을 매료한 셈이다. 이와 함께 김미경 본인 역시 자신으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이 변화를 겪는 데에 매순간 감동을 느끼고 있다.

“일주일에 한권씩 소개하고 있어요. 독서는 연습이 필요해요. 연습을 거듭해야 책과 친해지고 책을 잘 읽는 법도 생겨요. 그래서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독자가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책, 느낄 수 있는 책을 한 달에 네 권 소개하고 있죠.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처음에 소개했던 책이 너무 어려웠다던 어떤 독자는 15권을 읽고나서 첫 책을 다시 들었더니 쉽게 읽혀 놀랐다고 알려왔어요. 또 어떤 이는 아이들 책상 옆에 자신의 책상을 마련하게 됐고, 그 책상에 책이 한권 두권 쌓이는 것이 정말 행복했대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굉장히 우울했다는 그 분은 책과 함께 자신의 지식 공간이 생긴 것에 행복해하더라고요. 책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분들, 책을 멀리 했던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지고 서점을 드나들게 되는 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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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KTV '북드라마' 영상 캡처)



■ 출판사에서 제작 지원금을 받는 이유는

2018년 11월 30일에 시작해 4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워낙 결과가 좋기에 만면에 미소가 가득할 것 같은데 막상 그렇지도 않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책을 소개하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더라”면서 “걱정이 됐다. 무수히 많은 책들 중 소개되지 못한 좋은 책들은 어쩌나 걱정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는 만큼 선별도 보다 신중해져야 했다. 더불어 내가 소개한다고 책이 순위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이렇게나 책을 안 보나?’ 싶어 출판계가 걱정되기도 한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던 중 솔직한 걱정도 털어놨다. ‘북드라마’가 자칫 이윤을 남기는 기획으로 보일까봐서다. 김미경은 ‘북드라마’를 시작한 이유가 자신의 욕심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진짜 이유는 ‘위북(We Book)프로젝트’ 때문이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모두가 공평하게 책을 읽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좋은 책을 내는 작은 출판사를 지원하는 것 ▲산간벽지를 포함한 전국의 작은 도서관에 책을 보내주는 것 ▲미혼모 자녀들을 위한 책을 미혼모 가정으로 보내는 것 ▲독자를 위한 북세미나를 개최해 다같이 책을 읽고 성장하는 기회를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느 곳에 살든, 어떤 처지이든 모두에게 ‘읽을 권리’와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드라마’ 역시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래서 김미경은 ‘북드라마’에 소개하는 책들에 한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영상 제작 지원금을 받고 있다. 작은 도서관에 책을 지원해주고 미혼모 가정 자녀들에 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가 오랜 준비 끝에 지난 3월 13일 ‘위북프로젝트’의 본격 시동을 알리며 이같은 사실을 언급했을 때 모두가 그의 생각과 같지 않았다. 좋은 취지라 공감하는 이도 많았지만 결국 이익을 남기려는 목적인 것 아니냐는 시선도 함께 따라왔다.

김미경이 대중에 소개할 책을 본인이 직접 선별한 후 출판사에 연락해 ‘위북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고 지원받는 금액은 500만원 정도다. 웬만큼 규모가 갖춰진 출판사가 책 한권 홍보비로 책정하는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유난히 보수적이고 홍보 플랫폼이 다양하지 않은 도서시장에서는 잠깐이라도 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느라 혈안이다. 한 출판사의 경우는 모 유명작가 드라마에 책을 노출시키는 조건으로 1억원을 쓰기도 했다. TV에 1분도 채 노출되지 않는데 적게는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협찬비용을 대는 상황이다. 대형서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책들 역시 인기도가 아닌 광고비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현실이다. 현재 시장이 이런 상황인데 소개하는 책마다 척척 베스트셀러 순위에 떡하니 올려놓는 김미경이, 그것도 남을 돕겠다며 받는 지원금에 왈가왈부 말이 나오는 상황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 사실 걱정이 컸어요. 하지만 나 혼자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더 많은 곳을 도와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원금을 받자 생각했어요. 지금도 지원비를 요청하는 동시에 내가 직접 책을 구입해서 열악한 도서관에 보낼 책들을 준비해요. 물론 정상 가격에 구입했고요. 3월 31일까지 우리에게 신청을 해온 작은 도서관만 120곳에 달해요. 이중 1차로 6개월간 일주일에 100권씩 100곳으로 보내요. 6개월인 이유는 보다 많은 도서관들이 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에요. 사실 위북 프로젝트를 하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그 지점에 많은 고민이 있었죠. 좋은 일 한답시고 이런 저런 말들에 휩싸이느니 하지 않을 것이냐,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콘텐츠를 추진해 볼 것이냐. 역시 후자가 ‘김미경답다’ 싶더라고요. 다양하고 좋은 책을 구비하지 못하는 도서관, 좋은 책이 있음에도 홍보를 못해 전전긍긍하는 출판사, 미혼모 자녀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라는 책을 지원해주는 일에 보람을 느껴요. 분명 좋은 영향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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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 “온라인상에서 공간을 느껴요” 여전한 멘토

세간의 시선이나 입방아에 흔들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방향에서 눈을 떼지 않는 그다. 변화와 성장은 이어지고 있다. ‘책은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신조에 따라 그의 영상을 보는 이들에게는 ‘북액션’이란 숙제가 주어진다. 인생이 바뀌었고,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힘들어요. 나이가 들수록 그렇죠. 책밖에 없어요. 책 앞에서 울 수 있고, 책 앞에서 반성하고 책 앞에서 비로소 무릎 꿇을 수 있어요. 이 세상에서 날 야단치고 질책해도 결코 부끄럽지 않고 가장 솔직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게 바로 독서입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 그리고 ‘북드라마’를 통해서 독자분들이 같이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파를 모아놓고 눈을 맞춰가며 강의를 하던 그는 이제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청중과 만난다. 그것은 또다른 감동이다. 비록 얼굴을 마주하지 않지만 10대부터 70대까지, 저 멀리 시골에서 뉴욕까지 다양한 이들과 온라인상에서 함께 소통하는 것은 울타리가 없는 데도 울타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행동할 때 생겨나는 공간이다. 함께 크는 공간이자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 그 안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서러움도 풀고 미래의 희망도 지어낼 수 있고 현재도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 고민의 20%정도만 해결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 말을 들으니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북드라마’가 나왔을 때 새로운 도전에 의아해 한 이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미경은 장소와 방식만 바꿨을 뿐 여전히 사람들의 멘토로 길잡이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자신을 돕는 삶은 충분히 살았으니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던 그는 “좋은 영향을 미치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실천해가고 있는 중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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