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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뷰] ‘킹아더’ 영광과 시련 사이… 神의 선택을 받는다는 건
뉴스| 2019-03-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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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앤디웍스)



※ 본 리뷰는 뮤지컬 ‘킹아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신(神)의 선택을 받는 일은, 과연 영광일까 시련일까.

지난 14일 개막한 뮤지컬 ‘킹아더’(연출 오루피나)는 왕의 운명을 타고난 청년의 성장기를 표방한다. 그러나 막이 내리고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동안 머리에 맴도는 질문은 다소 회의적이다. 인간이 ‘성장’이라고 여기는 변화가 결국은 신에 대한 ‘순응’ 내지는 ‘타협’의 결과물로 느껴지는 탓이다.

동명의 프랑스 뮤지컬이 원작인 ‘킹아더’는 중세시대 유럽의 전설적인 존재 아서 왕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구전 문학의 특성 상 아서 왕에 얽힌 설화가 여럿 존재하는 가운데, ‘킹아더’는 영웅의 본래 모습이 별볼일 없는 청년이었다는 가정 하에 전개된다.

이에 따라 극 초반의 아더는 다소 연약하게 그려진다. 기사들의 결투에 참가하는 것은 고사하고 칼 한번 제대로 휘둘러본 적 없는 인물로 묘사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의 뜻에 따라 ‘진정한 왕만이 가질 수 있는’ 엑스칼리버의 주인이 된 후, 아더의 삶은 가혹하게만 다가온다.

출생의 비밀, 누이의 복수, 사랑의 배신… 왕이 된 아더가 그 영광을 온전히 누리기도 전에 맞닥뜨려야 했던 시련들이다. 개인의 의지로 극복 가능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잇단 위기로 절망하는 아더의 모습에서 신 앞에 나약하기 그지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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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앤디웍스)



아더와 대립하는 인물, 모르간과 멜레아강도 마찬가지다. 아더의 아버지 우서가 거짓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꾀어내던 장면을 목격한 모르간과 아더가 나타나기 전까지 엑스칼리버의 주인으로 가장 높게 점쳐졌던 멜레아강. 이들에게는 아서의 존재 자체가 비극이다. 때문에 아더를 향한 모르간과 멜레아강의 피해의식과 복수심 역시 신이 짜놓은 판의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관객들이 두 악역을 연민하는 계기가 된다.

이 같은 전개는 ‘아더의 성장기’라는 ‘킹아더’의 작품 설명을 납득할 수 없게 만든다. 아더가 사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는 장면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반면, 백성을 위하는 왕으로서의 활약상은 그 임팩트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문제다. 또한, 아더가 자신을 배신한 귀네비어를 용서하고 모르간의 행복을 바라는 결말도 ‘성장’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일련의 사건에 대한 아더 개인의 감정이나 욕망은 배제된 채 신이 추구하는 선(善)의 가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아더’에 몰입하게 되는 데는 배우들의 열연이 크게 작용한다. 최근 프레스콜에서 ‘킹아더’를 “아더가 느끼는 프레슈어(pressure, 압박)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던 배우 한지상은 과연 자신의 해석에 부합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왕이 된 직후 신하를 하대하는 것조차 어색해하던 아더가 과도기를 거쳐 자애롭고 위엄있는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모르간 역의 박혜나, 멜레아강 역의 김찬호도 설득력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각자의 사연에 이입하게 만든다.

원작의 프렌치팝을 K팝의 느낌으로 편곡한 넘버들도 매력적이다. 처음 들을 때는 생소할 지언정 막이 내리고 나면 단순한 듯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귀에 맴도는 것이다. 배우들의 넘버 소화력도 기대 이상이다. 한지상은 특유의 날카로운 고음 처리로 넘버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단 한 소절만으로도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박혜나의 가창력은 두 말 할 것 없다.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김찬호의 보컬 역시 귀를 즐겁게 한다.

중독성 강한 넘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퍼포먼스도 ‘킹아더’의 백미다. 현대무용·발레부터 아크로바틱·스트리트댄스까지 고난도 안무로 구성됐는데, 이를 수준급 실력으로 소화하는 앙상블이 있어 극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오는 6월 2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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