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스카이캐슬’ 오나라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연기했다”
뉴스| 2019-02-15 16:51
이미지중앙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었어요”

배우 오나라의 말이다. 올해 데뷔 22주년을 맞은 그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스카이(SKY)캐슬’(연출 조현탁, 극본 유현미)를 통해 연기 인생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대학입시를 소재로 상류층의 위선을 꼬집은 ‘스카이캐슬’은 블랙 코미디를 표방했다. 여기서 코미디를 담당한 배우가 오나라다. 그는 강남 건물주 딸로 태어나 의사 남편을 만나며 탄탄대롤 걸었지만, 자녀 교육에 확신이 없어 이리저리 휘둘리는 진진희를 맡았다. 이렇듯 진진희는 얄밉게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였으나 오나라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로 거듭났다.

실제로 대본 이상의 애드리브를 철저히 연구해 진진희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오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스카이캐슬’ 종영 후 좀 쉬었나요?

“고맙게도 불러주는 데가 많아 여기저기 다녔어요. JTBC ‘아는 형님’도 나가고 광고와 화보도 찍었죠. 덕분에 드라마를 계속 촬영하는 느낌이에요”

▲ 사랑받는 기분, 어떤가요?

“뭘 물어요, 알면서~ 하하. 너무 좋아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일단 그동안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온 결과를 얻는 것 같아 고맙고요. 한편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입에 바른 소리가 아니라 진짜요. 사실 지금보다 드라마 촬영할 때가 더 좋았어요. 15회 방송될 때쯤에는 행복감에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작품이 끝나니까 (부담이) 오더라고요. 받은 사랑에 연기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기작 걱정도 들고요”

▲ 차기작을 걱정하기에는 이미 오랜 경력이 쌓인 베테랑인 걸요

“지금까지는 연기를 즐기면서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더욱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해 데뷔 23년 차인데요. (뮤지컬로 시작한 덕분에) 무대에서 단련된 게 있어요. 표현이 과감하죠. 연기할 때도 ‘내가 재밌어야 한다’는 주의여서, 많은 의미가 내포된 표현인데, 여태까지는 ‘막’했어요. ‘스카이캐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진진희가 주요 사건에 직접 연관된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변두리에 서서 감초 노릇을 하는 역할이었죠. 그렇기에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연기했습니다”

▲ 덕분에 ‘스카이캐슬’에서 진진희 가족이 등장할 때마다 숨통이 트인다는 시청자가 많았습니다

“초반에 PD님이 ‘진진희를 마음껏 연기해보라’고 하는데 왠지 나만 장르가 다른 것 같아서 오히려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른 배우들은 심각하게 연기하는데 나만 균형이 어긋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죠. 1~2회 방송을 시청하고서야 PD님의 의도를 알았어요.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 (진진희 가족이) 숨구멍이 되어주기를 바란 거예요. 실제로 작가님이 써준 장면 자체도 재밌었고요. 물론 대본을 더 풍성하게,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조)재윤(우양우 역) 씨와 노력한 것도 있습니다. 우리만의 부부의 상(狀)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거기에는 재윤 씨가 만든 ‘찐찐’이라는 애칭이 한 몫 했어요. 너무 고마워요. 재윤 씨가 (나를) 예쁘다 귀엽다 해주니까 (작품에서도) 진진희가 사랑받는 아내로 그려진 것 같아요. 인터뷰마다 ‘조재윤을 제외하고 드라마에서 어떤 남편이 제일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나는 우리 남편이 최고예요!”

▲ 20회, 우양우가 머리에 피라미드 얹고 춤추는 장면도 두 배우의 애드리브인가요?

“그럼요. 지문에는 ‘유머러스한 춤을 춘다’고만 적혔어요. 그거 말고도 현장에서 많은 댄스가 나왔어요. 나도 이집트 춤추고 난리였죠(웃음)”

이미지중앙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 대본 외의 것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초반에는 시도도 못 했어요. 그러다가 극 중 곽미향(염정아)의 과거가 밝혀진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실제로 나의 롤 모델이었던 염정아 선배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쫄았네. 쪼는 거 습관 됐어’라는 애드리브를 했는데요. PD님이 리허설 때 빵 터진 거예요. 그때부터 애드리브의 퍼레이드가 시작됐습니다. 대신 오버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촬영마다 PD님과 상의했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적정선이 생겼어요”

▲ 다양한 애드리브에 유현미 작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사실 애드리브 때문에 작가님에게 혼날까 봐 종방연 날에는 주변에도 안 갔어요(웃음) 그런데 작가님이 밝게 맞아주시면서 ‘내가 쓴 것보다 더 풍성하게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나는 애드리브를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현장에서 급히 만든 게 아니었죠. PD님도 18~19회 촬영 때 나에게 와서 ‘애드리브를 실제 대사처럼 녹여줘서 고맙다’고 ‘세계 최고’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워주기도 했습니다. 애드리브가 애드리브로 보이는 순간, 값싼 콩트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툭툭 나오는 애드리브는 그냥 흘러가 버리고 말아요. 하지만 배역을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끝에 나오는 애드리브는 질적으로 다르죠. PD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셨을 때 감동했죠”

▲ 최근 만난 염정아는 캐릭터의 실제 모습이 닮은 배우로 오나라를 꼽았어요

“아니에요~ 내가 얼마나 고급진데(웃음) 나를 많이 투영시키긴 했어요. 원래 웃음이 많고 밝거든요. 남들 웃기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좋아해요. 내가 말하는 걸 듣고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해요. 그런 면을 진진희에도 녹여냈죠. 정아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반박할 수가 없네요. 하하”

▲ 진진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줏대 없는 거요. 나는 굉장히 의리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한번 인연을 맺으면 10년 이상 가요. 차도 한 번 사면 오래 타고… 재작년에 바꿨는데 그게 13년 만이었어요. 다니는 숍도,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거의 17년이 됐고 팬클럽도 15년 유지하는 중이죠. 남자친구도 20년 됐잖아요(웃음)”

▲ ‘엄마’를 연기해본 소감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큰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연기한 게 처음이에요. 엄마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 고민했죠. 그런데 아들 수한이를 연기한 (이)유진이를 처음 만난 순간 그 순수한 눈망울을 마주하니 모성애가 꿈틀거리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가 나에게 했던 것들이 떠올랐고 그대로 연기했습니다.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풀어줄 땐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이요”

이미지중앙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 어머니가 진진희의 모델이었다는 말은 직접 한 적 있나요?

“이번 설에 집에 갔어요. ‘엄마, 내가 연기한 엄마는 어땠어?’라고 여쭤봤더니 ‘데시벨이 나랑 똑같더라’면서 ‘나 흉내 낸 거냐’고 하시기에 ‘맞다’고 했죠. 다른 이야기는 낯간지러워서 못했어요. 엄마가 나 안아주고 이런 것들이 생각났다는… 아마 말씀 안 드려도 알지 않을까요?(웃음)”

▲ ‘스카이캐슬’을 통해 미모도 새삼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11회, 한서진(염정아)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쓰러진 진진희를 보고 ‘화보같다’던 시청자도 많았는데요. 알고 있나요?

“원래는 망가지려고 작정한 장면이었어요. (염정아) 언니에게 머리카락을 더 잡아당겨 달라고, 나도 일부러 내 눈을 더 옆으로 찢었어요. 그렇게 오케이 사인을 받고 보너스로 한 번 더 촬영했는데, 그때는 욕심을 버리고 임했거든요. (화제가 된 장면은) 보너스 컷이었어요. 욕심을 버리니까 인생 사진으로 보상받는구나 싶더군요. 역시 배우는 한순간도 놓치면 안 된다니까요”

▲ ‘스카이캐슬’을 계기로 배우 오나라의 지난 20여 년도 관심받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나의 옛날 작품을 찾아봐 주는 건 너무 고마운데 내가 옛날 모습을 보는 건 부끄러워요(웃음) 우리 팬클럽에도 내가 KBS ‘TV유치원 파니파니’(2006~2010) 출연했을 때 사진이 자꾸 올라온다니까요. 그때 쇠똥구리 연기하고 그랬는데! 하하. 오나라가 그동안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봐 주는 것이어서 고맙습니다. tvN ‘나의 아저씨’(2018) JTBC ‘품위있는 그녀’(2017) ‘유나의 거리’(2014) 외에 이름 모를 배역까지 찾아봐 주더라고요”

▲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는데 제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난리 나죠(웃음)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뮤지컬과 겸임교수로 10년간 가르치고 있는데요. 그중 몇 년간 입시 오리엔테이션을 맡았어요. ‘스카이캐슬’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입시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는데 수험생들이 실시간으로 내 모습을 찍어 SNS에 올렸더라고요. ‘찐찐 있는 학교 가고 싶다’면서요. 총장님이 너무 뿌듯해하시던데요? 하하”

▲ 제자들에게는 어떤 교수인가요?

“엄청 무서운 교수님일 수 있어요. 실은 교수와 제자 관계보다 선후배가 더 무섭잖아요. 나는 현역 배우이니 (현장에서) 제자를 만날 확률이 높거든요. (교수이기 이전에) 선배인 셈이니 제자들에게는 내가 두려운 존재죠. 나는 항상 이야기해요. ‘지금 너와 나의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요. 실제로 제자들을 후배 배우로 만날 때가 있는데, (학교에서) 열심히 안 했던 친구들은 나에게 못 다가와요(웃음) 내가 부르면 ‘그때 수업 열심히 들을 걸 그랬다’고들 해요. 그래도 나는 내 제자니까 감독님에게 잘 봐 달라고 말도 하고 그래요.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끌어주고 싶거든요. 뮤지컬 계에서 드라마·영화로 넘어왔을 때의 나는 혈혈단신 혼자였거든요. 회사도 매니저도, 이끌어주는 선배도 없이요. 그래서 요즘에는 현장에서 연극을 했다는 후배들 보면 먼저 다가가 챙겨주고 싶어져요. 내가 겪은 설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이미지중앙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 혼자 활동하며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힘든 건 극복할 수 없어요. 묵묵히 버텼죠. 선배들이 ‘10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고 했어요. 다른 데 곁눈질 안 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면 분명 결과가 있을 거라고요. 나는 그걸 믿고 있었어요. 실제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지 10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았죠. 분야를 바꾸고는 10년 만에 ‘나의 아저씨’와 ‘스카이캐슬’을 만났고요. 정말 ‘10년의 법칙’이 이뤄진 거예요.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야 해요. (다른 분야에서) 무시당했다고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원한을 품거나 때려치우면 결국 내 손해예요”

▲ 뮤지컬배우 오나라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무대 복귀는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무대를 관둔 게 아니에요. 다만 여기서 안정을 찾고 성공하고 싶어서 잠시 멀리한 거죠.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물론 무대에서 아직 나를 원한다면 언제든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은 지난해 뮤지컬 섭외를 받았는데 ‘나의 아저씨’와 ‘스카이캐슬’이 겹쳐서 못 했거든요. 내년쯤 무대를 다시 밟아보면 어떨까 싶네요. 무엇보다 15년간 나를 지켜준 팬클럽에 보답하고 싶어서요. 이들은 내가 공연할 때부터 팬이었잖아요. 무대에 선 오나라가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뮤지컬에서는 최고의 언니였는데 다 버리고 신인부터 시작하는 모습 보면서 가슴도 아팠을 거고요. 그들에게 보답하는 기회를 꼭 얻고 싶습니다”

▲ 15년을 함께 보낸 팬들과 ‘스카이캐슬’로 유입된 팬들까지 팬클럽이 붐비겠네요

“원래 우리 팬클럽이 모 포털사이트에 사이트가 있었어요. 그런데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우리도 강제 해체된 거예요(웃음) 골수 팬들이 50명 정도 남았죠. 그래서 내가 친구들을 데리고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어요. 거기서 7~8년간 소통했어요. 그리고 ‘스카이캐슬’이 잘 되면서 새로 팬카페를 개설했고요. 만들자마자 1200명 정도 가입했더라고요. 성공했죠. 하하. 어린 친구들도 많아요. 이상하게 10대~20대가 열광적으로 좋아해 주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조만간 정모를 열어서 물어보려고요”

▲ 인터뷰 초반에 ‘차기작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고 했죠

“엄청난 작품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어울리는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여태 분량과 상관없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캐릭터들을 살린 것처럼요. 오래 오래 활동하는 게 꿈이기 때문에 (차기작에서도) 그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미지중앙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 차기작으로 바라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멜로죠. 가슴 시린 사랑 해보는 게 꿈이에요. ‘나의 아저씨’에서 비슷한 역할을 해봤지만, 외사랑이었거든요(오나라는 ‘나의 아저씨’에서 불교에 귀의한 전 연인을 그리워하는 여자 정희를 연기했다) 당시에도 눈물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나를 다룬 칼럼에서 ‘배꼽 빠지게 웃기는 동시에 눈에 눈물 나게 하는 배우’라는 표현을 봤는데 공감됐어요. 가슴을 뜨겁게 울리면서도 웃겨서 눈물 나게 만드는 배우가, 앞으로도 되고 싶거든요. 아니, 그런데 멜로 상대가 시한부인 것보다 스님이 되어버린 게 더 슬프지 않아요? 다시 생각하니 열 받네(웃음)”

▲ ‘10년의 법칙’을 두 번이나 이뤘습니다. 다음 ‘10년의 법칙’으로 얻고 싶은 게 있다면요?

“음… 대화가 잘 통하는 배우요. (잠시 생각하더니) 10년 지나도 충분히 젊네요! 지금처럼 변함없이, 언니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교만해지거나 들뜨지 않도록 나를 지키려고 해요”
cultu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