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SNS작가 시대] ② 작가·출판업계·독자 니즈 통했다
뉴스| 2018-09-15 11:00

‘SNS 작가’라는 말이 탄생하고 그들의 콘텐츠가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르는 요즘, ‘나도 작가’라는 말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이렇게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진짜와 가짜’의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SNS 작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 그곳의 실상은 마냥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범람하는 SNS 작가의 콘텐츠 속 이면에는 어떤 실상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뜨겁게 끓어오르는 이상과 냉정하기만 한 현실, 그 간극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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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인터파크도서는 2018 상반기 결산 키워드 중 하나로 ‘SNS 스타 작가’를 꼽았다.

최근 3년간 연도별 에세이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인터파크도서 기준, 이하 동일)에 따르면 SNS 작가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16년 20위권 내 SNS 스타 작가 도서는 2종뿐이었던 반면, 2017년에 7종 그리고 2018년에는 10종까지 늘어나며 순위에 대거 포진했다.

게다가 SNS 스타작가의 도서 구매층 분석에 따르면 여성은 59%, 남성 41%로 대동소이하다. 한쪽 성별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SNS 작가의 책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이런 수치는 SNS 작가의 출간물이 주류로서 발돋움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일반인 작가들의 책이 출간되던 흐름 속, 왜 지금에서야 SNS 작가의 글들이 유행하기 시작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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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2위의 대형 서적 도매상인 송인 서적의 부도 소식이 전해졌다(사진=YTN 화면 캡처)



■ 어려워진 출판업계, SNS 작가의 힘을 느끼다

SNS 작가가 증가한다는 건 그만큼 출판사에서도 그들의 책을 많이 출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배경에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어려운 현실’ 역시 자리하고 있다.

‘출판 팔만 종 시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경쟁할 책들이 어마어마해진 요즘이다. 게다가 디스플레이가 한정적인 형태인 온라인·모바일 서점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자가 주변의 책을 탐색할 확률은 더욱 줄었다. 그러니 이미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SNS 작가의 등장은 출판 관계자들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업계가 이토록 SNS 작가의 발굴에 신경 쓰는 이유에 대해 ‘발견성의 문제’에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짚었다.

장은수 대표는 “SNS 스타는 이미 팬덤을 갖추고 있기에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하다”면서 “게다가 이제는 독자들이 마케터가 되는 시대다. 돈을 들이지 않고 혹은 적게 들여서 책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라면서 “즉 SNS 작가를 대상으로 한 출판은 SNS의 파급력과 책을 내는 기술이 결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출판사와 저자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SNS 작가의 책은 초반 콘텐츠뿐만 아니라 추후 내는 작품들에도 팬덤이 유지된다. 한 번 성공을 일궈내기만 하면 다른 책들보다 수익을 낼 가능성, 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실질적인 수익구조의 변화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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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에세이의 유행과 맞물린 결과는?

반대로 독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SNS를 통한 출간물이 대중적인 니즈(needs)로 떠오를 수 있던 배경에 ‘에세이’가 있다.

요즘의 독자들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좀 더 쉽고 공감 가는 내용을 제공하는 책에 강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교보문고의 7월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에세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 늘어난 반면 소설은 지난해보다 18.7%가 줄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소설과 에세이의 비율이 ‘70.6% 대 29.4%’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7월은 ‘57.8% 대 42.2%’로 확 달라졌다.

이 흐름에 따라 SNS 작가들이 내는 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형태 역시 에세이다. 다만 이들의 작품에는 ‘감성 에세이’라는 또 다른 별칭이 붙기도 한다. 그만큼 SNS상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는 글들은 감수성을 일깨우는 보드라운 특성이 강하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글귀스타그램’을 검색하면 관련 항목으로 ‘공감글귀’ ‘새벽감성’ ‘위로글’ ‘산문’과 같은 키워드가 뜬다.

이런 추세가 형성된 이유는 ‘위로와 공감을 원하는 세대’에 있다. ‘나’에 집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교훈적인 내용보다 솔직하고 날 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내용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또 지난해보다 2만5000여 명의 20대 우울증 환자가 증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할 정도로 지쳐 있는 젊은 층은 기운을 북돋아주고 위로해주는 글을 찾는다. 교보문고 역시 에세이가 잘 팔리는 이유로 ‘탈진 증후군(번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세대를 언급한 바 있다.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작가의 통찰보다 쉬운 단어와 익숙한 표현으로 다가서는 모두의 경험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요즘이다. 게다가 SNS로 자신의 콘텐츠를 표현하는 데 익숙한 젊은 층은 짧고 단순한 글,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글에 이끌린다. SNS 작가들의 감성 에세이는 이 흐름을 타고 더욱 힘을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인터파크도서 송현주 문학MD는 “초기 출간되는 책들의 경우 SNS 상에서 작가들이 쓴 글 그대로를 책으로 구성했다. 현재는 시와 같은 짧은 글 보다는 독자들이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화 되어 가는 추세”라면서 “젊은 날의 만남, 사랑, 헤어짐 위주의 글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는 보편적인 감정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글들로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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