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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비님 좋아한다구요” 슈룹의 도초도, 수국도 피었다 [함영훈의 멋·맛·쉼]
3만송이 열흘 후 만개...수국축제 개막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근데 그쪽만 보면, 쿵쿵, 쿵쿵, 뜁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좋아한구요, 선비님을요.”

슈룹의 청하(훗날 세자빈→왕후)는 신안 도초도에서 세자시험 미션을 완수한 성남대군에게 고백한다. 이웃 마을 비금엔 하트해변이 있다.

신안 천사(1004개) 섬의 중심에 있는 도초도에 수국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수국의 꽃말은 진심 혹은 처녀의 꿈이다.

도초도 수국
도초도 슈룹, 자산어보 촬영지. 사진은 슈룹에서 성남대군과 청하의 일출 데이트.

도초도 ‘환상의 정원’, ‘수국 공원’을 비롯해 섬 곳곳에는 3만송이 수국이 피고, 절정기를 맞는 오는 16일 부터 25일 까지 도초도 수국축제가 열린다.

▶시집온 팽나무들과 수국의 공생= 도초도 ‘환상의 정원’은 지난해 산림청에서 처음 시행한 ‘모범 도시 숲’ 가로수 부문 인증을 받았다.

‘도초도 팽나무 10리길’로도 불리는 ‘환상의 정원’은 100년 안팎의 수령을 가진 716 그루 아름드리 팽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이들 팽나무는 광양시 광양읍 초남리, 고흥군 고흥읍 행정리, 남양면 월정리, 과역면 연등마을, 해남군 북일면 흥촌리, 강진군 마량면 원포리 등지에서 도초도로 시집온 나무들이다. 도시재생 등 여러 이유로 오갈데 없어지자 신안군이 “우리가 키워주겠다”고 해서 기증받은 팽나무들이다. 5톤 트럭 740대를 동원해 금지옥엽 조심스럽게 날라 이식했다.

도초도 팽나무 10리길, 환상의 정원
환상의 정원 옆 강변에 핀 니포피아

▶수국축제를 빛내는 백댄서 니포피아, 금계국= 3.5㎞ 팽나무 가로수길 아래엔 수국과 금계국, 패랭이 꽃들이 자라고, 옆강에는 튤립과 사루비아를 섞어놓은 듯한 니포피아 군락이 섬을 화사하게 빛낸다.

각 팽나무는 수종 선정부터 식재와 사후 관리는 물론 수국 축제 등 다양한 연계 행사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모범 도시 숲으로 선정됐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지방자치단체 단위 면적 당 전국 최다의 수국 식재 인증도 받았다.

‘팽나무 10리길에서 수국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도초도 수국축제는 문화·전시행사를 비롯한 스탬프투어, 해시태그 이벤트 등이 함께 진행된다.

도초도의 이세돌 외가. 이 기사의 어머니 박양례씨의 친정.

▶도초도 엄마 닮은 비금도 이세돌= 도초도는 목포 서남쪽 54㎞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목포 쾌속선으로 1시간, 신안 암태선착장 차도선(여객+화물)으로 40분이 걸린다. 흑산도보다 3배나 크다. 도초도에 속해있는 우이도는 소흑산도라 불리기도 했다.

도초도 주민들이 자랑으로 삼고 있는 것중 하나는 한국전쟁중 서울 수복후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사진 속의 해병 장교 박정모가 이 섬 출신이라는 것이다.

또 옆마을 비금도에서 태어나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AI로봇 알파고에 승리한 바둑기사 이세돌의 지혜로운 어머니 박양례씨가 도초섬 출신이라는 점도 거론한다. 이세돌의 외가엔 집채 만한 어머니의 벽화가 있는데, 이세돌 기사가 엄마 닮았음을 먼 발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초도는 고대 한중 교역로 중 쉼터로, 당인들이 자기네 수도(都)와 비슷한 지형에 초목(草)이 무성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청정지역이며 특산품으로 시금치와 천일염이 있다. 요리로는 간재미 탕, 무침, 낙지탕탕이 등이 별미다.

여행자들이 액자 프레임 같은 자산어보 촬영지 마루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다.

▶도초도 슈룹, 자산어보 촬영지= 영화 ‘자산어보’의 로케이션 장소는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가 아니라 도초도다.

영화감독 이준익이 흑산도 대신 도초도를 촬영 장소로 선택한 것은 흑산도는 육지에서 너무 멀어 촬영이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트장으로 사용됐던 가옥 마루 뒤편에 서면 푸른 바다가 액자의 프레임 안에 들어온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최근에는 ‘슈룹’이 촬영되기도 했다. 나중에 왕이 되는 성남대군과 왕비가 되는 청하가 처음으로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이다. 물론 청하는 그 전 부터 성남대군을 짝사랑했고, 급기야 미션 수행중인 ‘선비님(성남대군)’의 뒤를 밟아 도초도까지 따라온 것이다.

자산어보, 슈룹 촬영지

▶우이도= 예전에 소흑산도로 불렸던 우이도는 섬 양쪽에 튀어나온 2개의 반도가 소의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산어보 실제 무대 흑산도와 영화촬영지 도초도 사이에 있는데 행정구역상 도초면이다.

우이도는 먼 바다로 나가는 요충으로 1676년에는 흑산진(黑山鎭)이라는 수군 기지가 설치됐고, 수군진 설치된 이후 죄인들이 유배를 오기도 했다. 유배자는 정약전, 최익현, 김약행, 박우현 등이다. 자산어보의 정약전은 우이도 대기 몇 년을 거쳐 흑산도로 들어갔고, 병약해 지면서 유배가 풀릴 무렵 다시 우이도로 가서 본토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사망했다.

우이도에는 동양에서 제일 큰 80m 높이의 사구와 돈목해수욕장이 유명하다. 우이도는 행정구역이 진리와 돈목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역사유적은 진리에 몰려있고, 자연환경은 돈목이 아름답다. 예전에는 두 지역을 배를 타고 이동했는데 지금은 ‘달뜬 몰랑길’이라는 탐방로가 조성돼 육로 이동이 가능하다.

신안군 도초면은 일개 면 단위이지만 볼거리가 참 많다. 다리로 연결된 이웃섬 비금도와 한데 묶여 생활하고, 관광객들도 도초-비금도를 함께 묶어 여행한다. 비금의 하트해변에다 도초의 슈룹, 수국까지, 썸남썸녀에게 딱 좋은 여행지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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