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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민단체 ‘쌈짓돈 보조금’ 대수술 불가피, 투명성 높여야

민간단체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내 돈처럼 쓰거나 부정한 용도로 사용한 금액이 314억원, 1865건에 이른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3년간 국가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 1만 2133곳에 대한 감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보조금이 3000만원 이하인 곳은 제외됐다. 보조금 지원단체 전체의 절반 정도가 대상이 됐는데 민간단체를 전수조사할 경우 부정 수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가보조금이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적발된 비리 행각은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한 통일운동단체는 민족영웅 발굴사업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 ‘윤석열 정권퇴진운동’ 강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한 이산가족 교류 관련단체는 보조금을 임원 개인 소유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와 가족통신비에 썼다. 단체간 협력 강화사업으로 보조금을 받아 개인 해외여행을 가거나 기념품과 책자를 만들겠다며 보조금을 개인통장에 넣어 호주머니돈처럼 썼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시설과 기자재를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정부의 일자리사업 보조금을 타내는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는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한 탓이 크다.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지난 5년간 2조원가량 급증했다. 해마다 400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지원단체 수도 2016년 2만2881개 단체에서 지난해에는 2만7215개로 크게 늘었다. 워낙 방대하다 보니 제대로 쓰이는지 들여다보는 게 소홀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종이영수증으로 증빙을 받고 수기로 장부를 관리해왔다니 더 엉망일 수 있다.

국민세금을 받는 곳은 마땅히 투명하게 쓰임새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보조금 지급 기준부터 적정 규모와 시스템 등 전반을 손보는 게 불가피하다. 정부는 당장 내년 보조금 규모를 5000억원 줄일 방침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선심성 보조금 등을 걸러내는 게 필요하다. 국민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외부 검증도 필수다. 현재 3억원 이상 보조금 사업만 외부 검증을 받고 회계법인 감사도 10억원 이상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 보조금 부정 사용 단체에 대한 일정 기간 배제 등 제재 조치도 따라야 한다.

다만 시민단체 전체를 잠재적 비리집단으로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단체는 사회의 건전성과 다양성을 위한 순기능이 적지 않은 만큼 보조금 지급을 빌미로 시민단체를 옥죄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차제에 시민단체도 투명성을 높이고 자체 자립 역량을 높여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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