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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전자투표 의무화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2509개사의 주식 소유자가 1441만명이라고 한다. 주식 소유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자 구성을 보면 개인 소유자가 98.8%로, 대부분이다. 소유 주식 수를 기준으로 봐도 개인 소유자가 50.7%로 가장 많고, 법인 36.7%, 외국인 12.0% 순이다.

개인 주주는 대부분 소액주주다. 소액주주는 비중이 이처럼 큰 데도 실제로 그 주식 수에 비례해서 권리를 행사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못하다. 주주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법은 마치 국민이 투표해 나라의 의사결정을 하듯이 주주총회에서 투표해 이뤄진다. 그런데 개인 주주들은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평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워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쉽지 않다. 실제 주주총회에 출석해 의결에 참석하는 소액주주는 전업투자자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소액주주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길이 열렸다. 전자투표를 실시하면 소액주주는 총회장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전자투표가 주주총회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소액주주를 투표할 수 있게 해 권리신장에 도움이 된 사례들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소수주주가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가 선출되는데 전자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액주주가 전자투표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 계기가 돼 SM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던 불공정계약을 종료하게 됐다. 전자투표가 회사의 잘못된 운영을 바로잡고 주주가치 증진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다.

상법 제368조의4는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는 전자투표 실시 여부를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는 감사 선임처럼 의결정족수 부족이 생기는 때가 아니면 전자투표를 활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처럼 회사는 임의로 전자투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의결정족수를 채우려면 필요한 경우에는 전자투표를 실시하지만 쪼개기 물적 분할 등 손해를 보게 되는 소액주주의 반대가 예상되면 활용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2022년 공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2187개사 중 62.5%만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소액주주들의 무관심과 상대적으로 짧은 주식 보유기간,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구조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주주총회 전자화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더딘 진행을 보여왔다.

그러나 전자투표를 포함한 주주총회의 전자화는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아 ESG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시대흐름에도 맞다. 회사가 임의로 전자투표 여부를 결정함에 따라 발생하는 폐해를 막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따른 주주 민주주의를 확립해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나아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전자투표 의무화가 시급하다. 우선 주주의 이해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관 변경, 분할 및 합병 등의 경우에는 전자투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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