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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CEO 후보 또 사퇴, KT 회장 선임 파행 언제까지

KT의 차기 대표이사(CEO)로 내정됐던 윤경림 후보가 사의를 표명했다. 한 달 전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현 KT 대표가 사퇴한 데 이어 윤 후보마저 중도 하차한 것이다. KT는 오는 31일 주주총회에 맞춰 새 대표 후보를 선임할 예정이었다. ‘관치(官治)’ ‘낙하산’ 논란 끝에 가까스로 내부 전문가로 가닥을 잡아가던 새 CEO 선임이 또다시 불발되면서 매출 25조원에 직원 수만 2만여명에 달하는 KT는 대혼란에 빠졌다.

윤 후보가 CEO 레이스에서 중도 이탈한 데에는 정부·여당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구현모 대표가 후보에서 사퇴하며 자신의 아바타로 윤경림 사장을 세웠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 수사도 KT를 겨누고 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지난 7일 구 대표와 윤 후보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021년 7월 현대차가 에어플러그(구 대표의 형이 창업한 벤처기업)를 인수하는 과정에 두 사람이 관여했고, 당시 현대차 부사장이던 윤 후보가 이에 대한 대가로 KT 임원에 영입됐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가 사외이사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고발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내가 계속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는 윤 후보의 말이 사사하듯 검찰 수사 압박이 사퇴에 결정적 배경이 됐을 것이다.

KT는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역사를 반복해왔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이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모두 채운 CEO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현 구 대표를 포함해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등 4명은 형사처벌을 당하거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은 기업을 대상으로 ‘자기 사람’ 심기에 몰두한 정치권의 인사 개입이 빚은 파행의 악순환이다.

KT와 같은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KT 사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주창한 정부가 과거를 답습하는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의 외국인 주주 지분은 지난해 주총 기준으로 43.14%다. 지금 KT에서 벌어지는 파행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 여권은 인사 개입을 중단하고 KT 이사회는 주주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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