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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재해처벌법 D-3, 오너도 ‘사정권’ 현실화
유례없는 CEO 기승전 ‘처벌’법
오너책임 모는 폐쇄구조 뒷말
경영책임자 개념 모호성도 논란
국내 한 제조업체의 공장건설 현장. [게티이미지]

# 공사장비를 생산하는 A업체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을 앞두고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 선임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률자문해본 결과, CSO를 두더라도 최고경영자(CEO)가 안전계획 수립에 관여한 경우 사고가 나면 CEO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을 받았다. 고용노동부의 관련 해설서에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CSO에 안전 부문의 인력, 예산, 조직에 관한 전결권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 중이지만 이 역시 완전한 해답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언제든 사고 한 번으로 CEO가 구속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사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3·18·19·24면

지난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제정된 중처법이 오는 27일 공식 시행에 들어간다. 이미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웬만한 재해 예방에 대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중처법은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처벌 대상으로 명시된 ‘경영 책임자’의 정의도 모호해 전문경영인뿐 아니라 총수에게도 칼끝이 향할 수 있다. 기업으로선 재해에 따른 ‘오너 리스크’가 상시화하는 셈이다.

중처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에 대해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경영책임자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어떻게 처벌할지를 정하기 위한 법이라는 뜻이다.

산안법은 사고 발생 시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 관련자를 모두에게 책임을 지우는 개방적 구조라면 중처법은 오직 경영책임자에게만 처벌을 가하는 폐쇄적 구조다. 또 일반 형사 규정이 절도 등 작위(作爲) 사실에 대해 처벌하고 있다면, 중처법은 안전·보건 의무 미이행이라는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벌금·징역형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준수 범위가 방대하고, 사고 발생 시 수사 과정에서 인과관계 추정을 둘러싼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처법은 내용이나 체계, 처벌 등에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법”이라며 “한 마디로 ‘기승전처벌’ 법이라고 보면 되고, 경영자 처벌에 치우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영책임자 개념에 대한 모호성도 논란이다. 중처법은 경영책임자를 CEO 또는 CSO라고 특정하지 않고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CSO가 있더라도 CEO 면책을 담당하기 어려우며 기업의 실제 소유주 처벌까지도 열려 있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재해 감소를 위해선 처벌 강화가 아니라 숙달된 인력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보상 체계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서경원·주소현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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