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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법인세 인상’은 근로자 부담 증가라는 조세연구원 분석

“법인세 부담이 증가할 경우 기업들이 그 부담의 일부를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3일자 연구보고서(산업별 변이를 활용한 법인세 부담의 귀착효과 분석 연구)는 향후 조세정책의 지향점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보고서의 핵심은 기업의 세 부담(한계실효세율 기준)이 10% 증가할 경우 근로자 임금은 0.27% 감소한다는 점이다. 한계세율은 초과 수익 대비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법인세율이 10%에서 11%로 1%포인트만 올라도 근로자 평균 임금 수준은 0.27% 감소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시장집중도가 높을수록 세 부담의 노동자 전가는 더 강해진다. 시장구조가 독점적 시장에 가깝다면 개인의 임금 수준은 평균의 2배인 0.5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세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은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파트타임일수록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고 임금 조정 여지가 높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더 가혹하게 나타난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궁극적으로 근로자에게도 전가된다면 법인세 부담을 높일 게 아니라 실효세율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사례도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춰왔다.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해서 세금을 내고, 벌어들인 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또 세금을 부과하는 후진적인 세법도 폐지했다. 그 결과,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1조6000억달러(약 1852조원)가 미국으로 다시 유입됐다.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조세정책은 명목세율 인상과 조세지출 축소 등 법인세의 실질적 부담을 증대시키는 방향이 대부분이었다.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빚이나 세수 증대로 메우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늘어나는 복지예산은 불가피하다 고 치자. 그러나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공무원 수와 인건비의 증가나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방만한 재정 운용의 결과다. 경총이 해마다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기업이 세 부담 증가를 노동자 임금 인하로 희석시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제도적으로 막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 부담을 늘리는 것보다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법인세을 인하하든, 규제개혁으로 기업 활력을 높이든 그게 힘없는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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