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포커스]'고가주택',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뉴스종합| 2021-09-24 11:43

180석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3법, 공수처법, 중대재해처벌법, 언론중재법 등 수많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거나 밀어붙여지고 있다. 전통과 관행뿐 아니라 절차까지 무시된 입법 강행으로 인한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거·주택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7월 말 강행 처리된 임대차3법이 대표적 사례인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소급 적용까지 해 위헌 논란까지 초래했다. 주택을 사고팔 때 내야 하는 각종 세금과 대출금 한도 등에 적용되는, 이른바 ‘고가 주택’ 기준도 마찬가지다.

고가 주택 기준은 2008년 10월에 ‘실거래가 9억원 초과’로 정해진 후 최근까지 유지됐다.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4억2000만원 정도여서 ‘9억원 초과’이면 말 그대로 ‘고가 주택’의 의미에 부합하는 기준이었다. 이 기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취득세 등 각종 부동산세금의 크기가 결정될 뿐 아니라 금융권 대출 자격이 정해지는 등 국민의 경제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거래한 주택이 이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고 종부세 대상이 돼 내야 할 세액이 확 늘어난다. 담보대출이나 중도금대출을 받을 때나 중개보수를 지급할 때도 이 기준이 걸림돌이 된다.

문제는 이 기준을 13년간이나 고수해오다 보니 현실과 괴리된 과세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물가는 2배 넘게 올랐고 집값도 몇 배나 뛰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4000만원이니, 2008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다. 당시 집값 수준에 비례해 단순 조정한다 해도 현행 고가 주택 기준을 25억원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현 정부 4년간 치솟은 집값으로 서울의 신축 중대형 아파트 대부분이 이 금액 언저리에 있으니 이보다 더 높여야 고가 주택 기준 도입의 원래 취지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고가 주택 기준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적지 않았다. 입법부에서도 12억원 또는 15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취지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기본원칙이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세목마다 달리 기준을 상향하다 보니 고가 주택 기준이 제각각이 돼버렸다. 재산세와 취득세는 여전히 9억원이 적용되는 반면 종부세는 11억원으로 확정됐고, 양도소득세는 12억원으로, 중개보수 최고요율표 개정은 15억원으로 추진 중이다. 세금을 산출하는 기준 가격도 각양각색이다. 양도세와 취득세는 실거래가로, 재산세와 종부세는 공시가로 과세한다. 70% 내외 수준인 공시가 현실화율을 반영해 시가로 환산하면 고가 주택 적용 기준이 재산세는 13억원, 취득세는 9억원, 종부세는 16억원, 양도세는 12억원, 중개보수 기준은 15억원 수준이다. 들쭉날쭉 기준금액에 납세자들은 너무나 혼란스럽다.

이쯤 되면 누더기 기준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들 몫이다. 지금이라도 고가 주택 기준 도입의 애초 취지를 되살려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되, 각 법령에서 정한 고가 주택 기준을 통일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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