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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규제완화를 ‘규제완화’라 부르지 못하는...

‘분양가상한제’는 집의 가치를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로 따져 일정 금액 이상으로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도입한 제도다. 2019년 8월 관련법이 통과돼 2020년 7월29일부터 민간택지에도 시행됐다. 새 아파트분양가를 직접 통제해 집값 안정화를 기대했지만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로또 분양’ 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업계에선 민간주택 공급을 막는 규제로 여긴다. 분양가 규제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자 재건축 단지나 민간 건설사가 사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만2000여가구나 되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은 분양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차라리 다 짓고 난 후 ‘후분양’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다.

정부가 최근 이런 민간의 분양가 규제를 손보겠다고 해 관심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분양가상한제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10월까지 분양가 심의 기준을 구체화한 세부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제시한 분양가상한제의 불합리한 부분은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분양가 인정 항목, 심사방 식 등이다. 고급 자재를 사용하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가산비 인정비율도 합리화할 계획이다. 이런 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꾸면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이야기다. 예컨대 고급 자재를 많이 써 가산비가 높은 서울 인기 지역은 공사비를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누가 봐도 주택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분양가상한제 개선 방향이다.

주택업계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선계획에 대해 ‘규제 완화’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발표 당일 별도 브리핑을 열어 시장의 이해와 달리 분양가상한제 개선 방안을 설명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선을 통해 분양가를 올려주겠다는 목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지자체에서 일관된 기준이 아니어서 분양사업에 혼선을 빚어지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것이지, 특정 단지 유불리를 예단해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언론은 일제히 ‘국토부, 분양가상한제 개선, 분양가 올리기 위한 목적 아냐’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정부의 이런 설명에 시장은 오히려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분양가상한제 개선이 분양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기사 댓글엔 “분양가 올려준다고 건설사들이 환영한다는 데 뭐가 아니라는 거냐” “그동안 오른 거 잘 반영되도록 개선한다며... 그럼 오르는 거지 무슨” 같은 댓글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해온 정부가 분양가를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대놓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런 식의 움직임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뜨릴 뿐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로 보일 뿐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만회하려면 솔직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실패를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규제 완화를 규제 완화라고 부를 수 있다. 그렇게 해야 로또분양이 줄고 그만큼 민간이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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