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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헝다그룹’ 사태...중국 경제의 냉각을 경계하라 [홍길용의 화식열전]
10년간 건설업 주도 성장
주택공급 과잉, 부채 급증
자산가격 하락, 가계 타격
지방정부 위기, 재정부담↑
저성장 시대 도래 가능성
글로벌 경제 회복에 부담

주역 29괘는 ‘뇌풍항(雷風恒)’이다. ‘꾸준하다’는 뜻이다. 우레와 바람의 균형이다. 본분을 지키고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 괘를 한 글자로 줄이면 ‘항’인데, 중국 헝다(恒大)그룹 이름에 사용됐다. ‘꾸준히 자란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헝다그룹이 ‘이름 값’을 못하게 됐다.

헝다그룹이 글로벌 경제의 이슈로 급부상했다. 헝다그룹이 한화로 400조원이 넘는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다. 이번 사태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때와 같은 급격한 충격이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경제에 상당 기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동산 주도 성장 정책=중국경제가 성장하면서 급격한 도시화가 이뤄졌다. 도시 이주로 주택수요가 늘었고, 건설 붐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성장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저금리와 임금상승이 겹치며 자산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처럼 중국의 주택건설도 선분양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는 막대한 차입을 동반하게 됐다. 집을 사려는 이들은 돈을 빌려야 했고, 건설사는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와 건설 비용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가계 자금도 금융회사를 통해서 건설사에 투자됐다.

▶공급 과잉, 빚의 과잉…결국 터지다=중국은 GDP의 29%, 부채의 27%가 부동산 관련이다. 홍콩 컨설팅회사인 로디움그룹 추계를 보면 중국에서는 현재 약 3000만 채의 집이 남아 돌고 있다. 그럼에도 주택건설은 계속되고 있다. 이쯤되자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시진핑 주석은 부동산 개발사에게 3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자산대비 부채비율 70% 이하, 자본대비 부채비율 100% 이하 그리고 단기차입금 대비 현금보유비율 100% 유지다. 정부 지침은 결국 시장에서 부동산개발사의 옥석을 가리는 기준으로 작동했다. 헝다그룹은 이 세 가지에 모두 미달한다.

▶시진핑의 대응은 ‘연착륙’ 시도=부동산 중심의 자산가격 급등은 극단적인 양극화를 촉발해 공산체제인 중국 정부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 특히 장기집권을 꿈꾸는 시진핑 주석에게는 아직 대다수인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부동산 쏠림과 과열을 막고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소비와 첨단·녹색산업으로 전환하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큰 그림이다. 이왕 구조조정을 작심한 만큼 이번 사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대신 금융권에 일부 피해를 넘기면서 구조조정 주도권까지 맡기는 간접적 접근을 할 공산이 크다.

▶자산시장의 붕괴…가계경제에 치명타=돈을 빌려 집을 짓더라도 잘 팔린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팔리지도 않는 집을 많이 짓는 게 문제다. 건설회사가 자금난에 처하면 팔릴 만한 집 조차도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 분양계약자들의 피해와 함께 건설사에 투자한 이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중국 금융회사는 대부분 정부 소유여서 일부 손실을 보전해줄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자산시장의 붕괴다. 중국 도시가구 자산의 70%가 부동산 관련이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부동산 자산비중이 높은 가계의 건전성이 악화된다.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정부 인프라 사업 연쇄 타격=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는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정부는 전체 수입의 3분의 1을 건설사에 택지를 팔아 충당해왔다. 지방금융투자회사(LGFV)는 인프라 확충 자금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했는데, 지방정부가 땅을 판 돈으로 원리금을 충당해왔다. 주택 거품이 붕괴되면 지방정부, LGFV, 인프라투자가 차례로 영향을 받고 건설사의의 연쇄도산과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에 재정을 투입하면 경기부양 여력이 약화된다. 건설업이 위축되면 고용에 막대한 타격이다. 중국 도시 고용의 18%가 건설업 관련이다.

▶멈춰진 성장엔진…중국에도 저성장 시대가=수출이 주도했던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은 연평균 10.4% 성장했다. 부동산의 시대인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7.68%로 낮아진다. 일본 노무라 증권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2025~2030년 평균성장률이 4%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중국 경제는 2013~2018년 글로벌 경제 성장의 28%를 차지했다. 미국의 2배다. 중국 경제가 냉각되면 전세계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원자재와 소비재 등의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위안화 가치도 하락하고 이는 다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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