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바로보기] 아나로그 일본의 디지털 혁명은 성공할까
뉴스종합| 2021-09-17 11:23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교체된다. 스가 총리는 마지막까지 연임에 미련을 뒀으나 무파벌·흙수저 출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명문가 세습 의원과 8대 파벌이 좌우하는 집권 자민당 내 권력투쟁에서 밀렸다.

밤낮 열심히 일한 스가 총리는 취임 1년 만에 물러나는 ‘단명’ 총리가 됐다. 국민의 인기를 얻으려고 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악재가 됐다. 올림픽 준비와 코로나 방역에만 매달리다 보니 자신의 국가비전을 펼칠 기회도 적었다. 9월 초 출범한 디지털청이 그나마 성과로 꼽힐 정도다.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과 피해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일본의 낙후된 디지털화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 부처와 1700여 지자체가 각각 다른 행정정보 입력 시스템을 사용, 자료 공유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디지털화 수준은 지표로 확인된다. 유엔 ‘전자정부 순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일본은 14위에 그쳤다. 1위는 덴마크, 2위가 한국이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노무라 아쓰코 연구원은 “20년 전에 전자정부를 시작했는데 아직도 종이서류로 처리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디지털화 진전이 없는 20년을 되돌리려면 스피드 있는 민간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청은 행정 절차의 온라인화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의 디지털화 가속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600명의 인력 가운데 200명을 IT(정보통신)업계 출신으로 뽑았다. 중앙부처로는 파격적인 인사 채용이다. 이들 민간 전문가가 제각각인 정부 시스템의 규정을 표준화하고, 클라우드상에서 운용 가능한 구조로 개편하게 된다. 종이서류를 사용해온 아동수당과 개호(간병) 신청은 스마트폰으로 바꾼다. 마이넘버(주민등록)를 활용, 은행 계좌와 연동해 지원금 지불 등 디지털 행정 서비스가 가능한 사회가 목표다.

민간 업계는 정부의 디지털화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길 것을 기대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보유한 각종 정보를 민간에 개방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성은 입체 지도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 지도 앱 개발 등 다양한 신규 사업 지원에 나섰다.

일본의 체질을 바꿀 디지털청이 문을 열었으나 국민의 초기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아날로그 중심인 일본 사회구조도 여전히 공고하다. 디지털기기 사용에 서툰 많은 노년층이 행정 디지털화를 반기지 않고, 젊은 층은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 행정 전산화에 소극적이다. 디지털화로 사라질 일자리를 우려하는 기존 산업 종사자도 적지 않다.

아날로그식 사고에 갇힌 기득권 정치세력이 디지털사회 전환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1955년 자민당 탄생 이후 파벌 간 담합으로 총리가 되는 낡은 정치 체제로는 구조개혁이 쉽지 않다. 이제 디지털 혁신을 이끌 책임은 차기 총리에게 넘어갔다. 오는 29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개혁적인 인물이 나와야 ‘디지털화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8%가 다음 총리는 아베 신조나 스가 요시히데의 정치 노선을 계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일본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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