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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상과 우상을 넘어...‘체조 호랑이’ 신재환의 ‘포효’ [피플앤데이터]
여홍철 잇는 여서정과 양학선 넘은 신재환의 시대
한국 체조의 ‘비밀병기’ 우뚝...“학선이형 고마워”
체조 국가대표 신재환이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시상대에 올라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

대한민국의 체조 ‘비밀병기’ 신재환이 금메달을 땄다. 한국이 남자 체조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양학선 이후 9년만이다. 양학선은 현장에서 “제가 호랑이를 키웠다”고 말했다. 신재환의 우상이었던 양학선은 그렇게 새로운 ‘도마의 신’이자 ‘체조 호랑이’의 탄생을 축하했다. 대한민국의 체조 계보는 다시 한걸음 전진하게 됐다. 여홍철을 이은 여서정과 양학선을 넘은 신재환이 이제 새 시대 주인공이다.

신재환은 2일 저녁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결선 1차시기 도움닫기 전, 무대에 서서 유난히 눈을 여러번 깜빡였다. 긴장했다는 신호다. 초크 가루를 묻히고 손을 한번 턴 다음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준비는 끝났다. 신재환은 달렸다. 구름판을 힘차게 딛고 하늘로 날았다. 준비했던 난도 6.0짜리 ‘요네쿠라’를 연기했다. 착지가 불안했다. 한발이 앞으로 뻗쳤다. 1차시기 점수는 14.733이었다. 2차 시기에선(난도 5.6) ‘여2’를 연기했다. 한발 뒤로 물러나는 착지였지만 무난했다. 14.833을 받았다. 결선 순위 1위에 랭크됐다. 평균점수는 14.783이었다. 이대로면 금메달이다. 문제는 다음 뛸 선수였다.

예선에서 5위로 결선에 오른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은 5.6난도 연기를 실시해 1차 시기에서 14.766점을 받았다. 신재환보다 높은 점수였다. 아블랴진은 2차시기에서도 난도 5.6의 연기를 실시해 14.800을 받았다. 아블랴진의 평균 점수는 14.783으로 신재환과 같았다. 그러나 신재환이 2차 시기에서 거둔 점수(14.833)가 아블랴진이 거둔 최고점수(14.800)보다 높아 신재환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신재환과 2위 아블랴진의 최고점 점수차는 불과 0.033이었다.

신재환의 체조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고질은 허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허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의사는 체조를 그만두라고 했다. 대학 진학후에도 허리 디스크가 문제였다. 신재환을 잘 아는 코치는 ‘그가 최고의 선수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도쿄행도 쉽지 않았다. 신재환은 최근 3년간 국제체조연맹(FIG) 1위를 유지했다. 올림픽 출전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FIG가 도하 월드컵 대회를 열어 경쟁을 다시 해야 했다. 신재환은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땄고, 1위로 결선에 진출했으며 최종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신재환은 마지막까지 양학선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금메달 획득 후 인터뷰에서 “학선이 형은 선배이자 스승이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까지 알려줘서 고맙고, 형 덕에 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신재환 키즈는 생길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며 웃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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