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임대차법 1년의 해악 보고도 ‘더 센 규제’ 얘기가 나오나

임대차보호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을 두고 국민 뇌리에 남는 장면은 여당이 1년 전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뒤 여당 주요 당직자가 승리의 환호성을 올리던 모습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입을 모아 비판했던 법안을 통과시켜놓고도 한껏 승리감에 도취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국민 주거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데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일을 감행하느냐고 꾸짖었다. 임대차법 시행 1년을 되돌아본 성적표를 보니 역시 참담한 실패다.

KB국민은행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새 임대차보호법이 지난해 7월 31일 시행된 뒤 1년간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3382만원으로, 25.7% 뛰었다. 이 법 시행 직전 3년간 연평균 상승률 3.1%보다 8배 이상 높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임대차법의 취지와 정반대 결과를 낳은 셈이다. 5% 상한선 같은 가격 규제나 자율계약 원칙 훼손이 되레 시장의 역습을 불러왔다. 집주인이 거주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했고 가격은 폭등했다. 특히 중저가 전셋값이 더 크게 올라 중산층과 서민이 상대적으로 더 큰 주거난을 겪고 있다.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 아파트 간 이중 가격도 전세시장의 뇌관이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전셋값이 계약 갱신 건은 4억5000만원인데 신규 계약 건은 9억5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2년 후 신규 계약 세입자들은 이 갭을 메우느라 전세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

물론 임대차법은 그 취지대로 임차인을 보호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3법 시행 전 평균 임대차 갱신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에서 시행 후 10채 중 8채(77.7%)가 갱신됐다는 정부 측 자료가 그러하다.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순기능조차도 신규 계약 때까지 유보된 혜택에 불과하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듯 “지난 1년의 경험을 되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신규 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설정하거나 계약 갱신 가능기간을 기존보다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법 1년이 가져온 재앙 같은 전세대란을 보면서도 집권 여당이 더 센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 쪽으로 한 걸음 더 옮기는 것이다. 지금은 땜질식 실험적 보완책을 더할 게 아니라 정책 실패의 근원인 규제를 덜어내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