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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까지…금융권 희망퇴직 ‘칼바람’인가 ‘돈잔치’인가 [헤럴드뷰]
2~3년치 급여·학자금·건강검진비 등 포함…旣퇴직금까지 최대 10억
정년보장·고액연봉이 희망퇴직 비용 높여…사회적 위화감만 키워
지점영업 때 인력구조, 비효율 심각…인력 생산성·경제기여 낮아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금융권에 ‘희망퇴직’이 급증하고 있다. 30대까지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비금융권 종사자들의 시선은 다소 싸늘하다. 금융맨들은 평균 2~3년치의 급여와 자녀학자금, 전직 지원비, 건강검진비까지 포함하면 퇴직하면서 많게는 10억원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인들에게는 ‘칼바람’일지 모르지만 상당수 다른 업종 근로자들에게는 “그만하면 나도 나가겠다”고 말하고 싶은 ‘돈잔치’로 받아들여진다.

금융회사들이 ‘백만장자 퇴직’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도 희망퇴직을 늘리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국내 은행과 보험사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신입사원의 연봉도 5000만원대로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의 판관비 중 인건비 비중은 64%에 달한다. 우리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수익성이 높은 글로벌 은행도 인건비가 판관비의 50% 수준이다. 노동경직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권은 책임자급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다. 지난해 말 한국금융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 은행의 2017년 말 책임자급과 일반 행원 비중은 53.4대 46.7이다. 항아리형 인력구조는 조직의 활력 저하와 비용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별한 귀책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업무성과만으로는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하다. 호봉제가 대부분이어서 성과가 나빠도 급여 대부분이 지급된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속기간이 긴 직원들이 계속 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비대면 금융확대로 예전만큼 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희망퇴직이 유일한 인력 축소 방법이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희망퇴직을 할 때 들어가는 1회성 비용은 1인당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다. 적립된 퇴직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퇴직위로금 등으로 1인당 수억원이 발생한다. 해마다 은행권에 수천억원대 희망퇴직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다.

금융지주사들은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잇달아 달성했다. 보험사들도 순익 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가 넘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 절실한 금융사들로서는 그나마 이익이 많이 날 때 적체된 인력구조를 재편하는 게 차선일 수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사가 디지털화되면서 점포를 줄이고 인력을 줄여도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인력 생산성이 낮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하고, 젊은 인력을 새로 채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 문화가 계속 유지된다면 언젠가 지금의 과정을 또다시 반복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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