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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국민행복의 마중물

최근 전 세계를 아우르는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화’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화는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도 실손보험 청구는 아직 디지털화와는 거리가 먼 분야다.

실손보험은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인 약 4000만 명이 가입했다. 가입자도 많지만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사회안전망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실손보험금 청구 시에는 여전히 의료기관에서 종이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아 보험사에 내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고 있고, 세계적인 IT강국에서 유독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회적 논의가 없었던 사항도 아니다. 이미 10여년 전인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했다. 국회에서도 20대와 21대에 걸쳐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소비자, 보험업계 등 대다수 이해관계자 역시 법안 통과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나 의료계 반대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금융위·복지부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비율은 47.5%에 달했다. 미청구 이유는 ‘병원 방문이 번거롭고 증빙서류 제출이 복잡해서’가 70%를 넘는다. 실제로 서류 발급을 위해 가입자들은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시간적·경제적 수고를 해야 한다. 특히 추가 제출서류 보완이 필요할 경우 소비자는 수차례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제도 개선 지연이 국민의 불편과 불필요한 수고를 야기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연간 1억500만건에 달한다. 통상 건당 서류 4장을 가정한다면 연간 약 4억장 이상의 종이가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불편함도 크지만 최근 대두되고 있는 ESG경영 관점에도 맞지 않다. A4용지 1만장 생산에 30년 원목 1그루가 필요하다고 하니, 실손 청구를 위해 연간 4만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민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불편을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해소할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9만6000개에 달하는 모든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성과 편의성이 검증된 기존 의료기관 간 연결된 전산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는 그간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일례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약 1500만명의 근로소득자가 해마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던 서류 발급의 번거로움과 불편을 획기적으로 해소해줬다.

4000만명이라는 가입자 수를 고려한다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참석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데이터 특위에서도 최근 이 문제를 핵심 의제로 선정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국회와 정부, 그리고 이해관계자들간의 전향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라는 또 하나의 혁신이 하루빨리 국민행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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