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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블라인드박스’ 싼싱두이

# 잠총과 어부/ 나라 세운 지 얼마나 아득한가/ 그로부터 사만팔천 년 동안/ 진나라와 서로 왕래하지 않았네// 서쪽은 태백산에 막혔으나 새 길 있어/ 아미산 봉우리 가로질러 날 수 있네(蠶叢及魚鳧 開國何茫然 爾來四萬八千歲 不與秦塞通人煙 西當太白有鳥道 可以橫絶峨眉 ).-이백의 ‘촉도난(蜀道難)’ 일부

지난달 20일 중국 쓰촨성 싼싱두이(三星堆) 유적지 6호 ‘제사갱(祭祀坑)’에서 황금가면·청동기·옥기·상아 장식품 등 유물 500여점이 발견됐다. 황금가면은 무게 280g, 순도 84%로 3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원에서 떨어진 고촉국(古蜀國)의 위대한 청동제국이 또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싼싱두이 유물은 1931년 한 농부가 봄 논에 물이 막혀 수차를 이용해 도랑물을 퍼내다가 옥석기(玉石器)·석벽(石璧)·옥종(玉琮)·옥장(玉璋) 등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항일전쟁과 내전으로 인해 발굴이 미뤄지다 1986년 7월 벽돌공장 노동자가 옥장을 발견하며 본격적으로 발굴이 시작됐다. 1호갱에서 황금지팡이·황금가면·청동인두상 등이 출토됐고, 같은 해 8월 2호갱에서 1300여점의 유물이 나왔다.

필자가 놀란 것은 이번에 출토된 청동인두상·상아·황금가면 등이 1986년에 발굴된 유물과 크게 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그때 이미 중국문명의 역사를 새로 써야 했는데 30년도 지난 지금, 다시 “중국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고 하니 참 당혹스러울 뿐이다.

싼싱두이 유물 하나하나는 경탄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다. 2호갱에서 나온 청동입인상은 높이가 262㎝나 된다. 전신을 모두 나타낸 유일한 조상이다. 2호갱에서 출토된 높이 26㎝의 청동인명상도 눈길을 끈다. 눈썹과 눈동자에는 검은색이, 입술에는 붉은색이 칠해져 있다. 안구가 돌출된 종목인면상(縱目人面相)도 출토됐는데 높이 65㎝, 폭 138㎝, 튀어나온 원주형 눈동자 길이는 16.5㎝에 달한다. 현대의학으로 보면 이 가면의 모델이 갑상선항진증을 앓았는데 당시에는 이를 신령스러운 힘을 가진 숭배의 대상으로 간주한 듯하다.

이번 6호갱에서는 검게 탄 ‘비단 조각’도 발견됐다고 했다. 그 수준은 조악했으나 비단이 발견됐다면 이는 누에를 치고 뽕나무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백이 ‘촉도난’에 쓴 고촉국의 첫 군주 잠총(蠶叢)은 누에·뽕나무와 관련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백의 문학적 고증의 정확함이 놀라울 뿐이다. 일부 학자는 촉(蜀)의 한자 모양은 누에를 나타내는 상형문자라고 주장한다. 고촉국에서 비단을 생산했다면 장안(長安)에서 시작하는 비단길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지 모른다.

학자들은 싼싱두이 유물이 제사용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제사를 지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또 이 청동기는 어디에서 제작됐는가. 공방이 발견되지 않아 궁금증만 더해갈 뿐이다. 왜 문자는 발견되지 않는가. 싼싱두이는 ‘미스터리 블라인드박스’처럼 호기심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필자는 중국 당국이 이제 겨우 2% 발굴한 싼싱두이 유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고구려의 유적을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중원문화에 편입시켰듯, 싼싱두이 유적도 어떤 편입을 시도할지 지켜볼 일이다.

문화의 기원은 교류다. 교류가 바로 기원이다. 그 교류가 지역·환경·인간의 생활양식과 맞물려 독특성을 산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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