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인이 위한 어느 할머니의 시 ‘먹먹한 울림’
뉴스종합| 2021-01-22 21:33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양의 묘지에 귀마개로 감싸진 정인양 사진이 놓여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추모하는 어느 할머니의 시가 누리꾼들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22일 인터넷 상에서는 ‘정인이를 위한 어느 할머니의 시’가 화제가 됐다. 과천의 한 할머니가 정인이 수목장 앞에 두고 간 시와 설빔을 네이버카페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인 최수진씨가 촬영해 카페에 올리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할머니는 정인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손편지와 함께 설빔도 손수 준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시를 쓴 할머니는 경기도 과천에 사는 심현옥 씨(70)로 확인됐다. 시인으로 활동했던 심 씨는 정인이에게 줄 옷을 닷새 동안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손주가 셋이라 정인이를 보면 남 같지 않아 남편이랑 며칠 동안 울다가 정인이에게 직접 가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를 본 네티즌은 “한참 눈물을 흘렸다”, “작은 몸으로 견디었을 그 고통을 몰라서 미안하다”, “정인이 꼭 할머니 설빔 입고 천사의 집으로 가길”, “저 세상에선 행복하게 웃고 있길 바래본다” 등의 댓글을 달며 정인양을 다시 한번 추모했다.

〈정인이를 위한 시 전문〉

정인이의 설빔 때때옷

아가야
할머니가 미안해

친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아빠 다
어디들 있는게냐?

한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했을
공포 속에 온 몸 다디미질을 당했구나

췌장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도록 아가야

어찌 견디었느냐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푸른하늘 한조각 도려내어
내 손녀 설빔 한벌 지어 줄게!

구름 한줌 떠다가
모자로 만들고

정인이 눈을 닮은 초승달
꽃신 만들어

새벽별 따다가
호롱불 밝혀 주리니

손 시려 발 시려
온 몸이 얼었구나

할머니 품에
언 몸 녹으면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가거라

지리산 호랑이도
새끼를 잃으면
할머니 울음을 울겠지

아가야 아가야
세상이 원망스러워도
뒤돌아 손한번
저어 주고 가려므나

걸어서 저 별까지 가려면
밤새 지은 할미
천사 옷 입고 가야지

천사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제

정인이 왔어요.
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라

부서진 몸
몰라 볼 수 있으니
또박 또박
정인이라고…

아가야!
너를 보면 이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

2021.1.17 (일요일)

-과천에서 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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