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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윤석열 감찰’ 이정화 검사, “법무부가 보고서 내용 삭제” 폭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이른바 ‘판사 사찰’ 혐의를 수사의뢰하면서 기초 보고서를 임의로 왜곡, 삭제했다는 담당 검사의 주장이 나왔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죄가 된다는 방향으로 바꿨다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 근무 중인 이정화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이같은 내용을 적었다. 이 검사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요청으로 파견근무 중인 검사로, 윤석열 총장 대면조사 관련 공문 전달을 위해 대검을 방문했던 검사 2명 중 한 명이다.

〈이정화 검사 글 전문〉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파견 근무 중인 대전지검 이정화 검사입니다.

파견 명령을 받았을 때 감찰담당관실에서 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 때문에 마음이 무 거웠습니다. 그래도 이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선에서 늘 밤늦게까지 야근을하면서 실수 없이 사건을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동료 선후배 검사들이 그러하듯 법률가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사건을 보고 어느 곳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검토하면 그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올바른 판단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총장님에 대한 징계사유로 거론된 여러 의혹들 중 일부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였기에 제가 관여하지 아니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법률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절차는 정해진 규정과 규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며 조사의 범위와 대상 또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보도자료에 적시된 총장님에 대한 여러 징계청구사유 중 가장 크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은 감찰담당관실에서 제가 법리검토를 담당하였습니다. 문건을 접하고 처음으로 법리검토를 시작하여 그 후 한 차례 수정할 때까지 감찰담당관실에서 확인한 내용은 문건의 전달 경로가 유일하였지만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 위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대로 기록에 편철하였습니다.

법리검토 내용은 위와 같았지만 문건 작성자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는 '물의야기법관리스트' 부분은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내용이고 어떠한 경위로 그러한 내용을 지득하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2020. 11. 24. 17:20경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하였고,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저도 성상욱 부장님이 검사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았는데, '물의야기법관리스트' 부분만 제 추정과 달랐고 대부분의 내용이 일치하였습니다.

급기야 그 다음날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청구 결정에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직후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지시하였다는 이유로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가 이루어졌습니다.

수사의뢰를 전후하여 제가 검토하였던 내용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내용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고, 감찰담당관실에서 총장님에 대한 의혹사항에 관하여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누군가가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하여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으로 검토를 하였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부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되었습니다.

검사로 근무하는 동안 제가 처리한 많은 사건들 중에 결재권자로부터 저의 과오가 있는 것으로 지적을 받은 사건도 있었고,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결재권자와 의견이 충돌한 적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과 논의는 법률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목적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한번도 이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14년간 검사로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그러한 의심을 할만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된 사실과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에 비추어 볼 때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당초 파견 명령을 받아 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제가 가졌던 기대, 즉 법률가로서 치우침 없이 제대로 판단하면 그에 근거한 결정이 이뤄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끔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직업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제 의견을 밝힐 필요성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내리기 위해 늘상 기록과 씨름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검사들 중 한명이기 때문입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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