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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CGI가 법정서 승기를 잡는다면…항공사 통합, 정말 무산될까
3자배정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인용시
산업은행 협상 테이블에 KCGI
아시아나 인수 의지 유무에 통합 명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항공업 빅딜'의 방향을 좌우할 법정의 판단에 경제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8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산업은행을 상대로 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가처분이 인용될 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고,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락과 각종 채무의 연쇄적 기한이익 상실, 면허 취소와 대규모 실업사태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CGI 측은 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병이 무산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 가처분 인용 이후 실제로 딜이 무산된다면, 이는 다른 가능한 대안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경제계는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고 KCGI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경우, 과연 KCGI가 산업은행과 한진칼이 추진하려던 '항공업 통합' 논의에 능동적으로 임할지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한진칼이 연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3자배정 유상증자에 실패할 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해 온 산업은행으로선 한진칼 대주주인 KCGI와도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46.71%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인만큼, 항공업 통합 재원을 구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는 방안이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그야말로 백척간두 상황에 놓이게 된다. KCGI 측 속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가는 이유다.

KCGI는 산은과 한진칼이 '항공업 빅딜'을 발표한 이후 연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에 대한 찬반은 뚜렷이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이후 약 2주간 십여 건이 넘는 보도자료 중,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내용만 발췌, 정리했다.

지난 2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말하고 있다. [KCGI]

▶11월 13일=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검토와 투명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1월 15일=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3자배정 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습니다. 저희는 지난 5월 이후 이러한 의지를 수차례 회사에 전달하였으며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청약에 1조원 이상 참여한 바 있습니다.

▶11월 16일=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일반주주 및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11월 18일= 한진칼 이사회에도 불참한 조원태에게 엄청난 국고가 투입된 40조원 항공사의 경영을 맡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가치산정으로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자 및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되어야 합니다.

▶11월 18일= 한진칼 이사회는 주주들의 의견에 대한 어떠한 수렴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에 관한 아무런 실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신주발행을 강행하였습니다.

▶11월 20일= 항공업 통합의 대의는 공감합니다. 다만, 그 절차와 과정은 투명하며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 및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진행되어야 합니다. 1년반 이상을 준비하고 실사한 현대산업개발도 검증하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합리적인 실사나 정당한 절차도 밟지도 않고 국책은행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떠 넘기는 것은 안됩니다. 이로 인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행렬이 이어진다면, 소액투자자의 피해만 커질 것입니다.

▶11월 20일= 주주들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그 동안 한진칼의 기존 경영진은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키고 공고히 하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급기야 아시아나항공 문제 해결에 조급함을 가지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의 힘을 빌어 오로지 '조원태 구하기'에 초점을 맞춘 구조로 10조 원을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하는 결정을 날치기로 함으로써 기존 주주의 권리를 크게 훼손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11월 20일= KCGI는 항공산업 재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한진칼의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에 관한 면밀하고 신중한 실사조차 실시하지 않고, 또 기존 주주의 권리 보호 방안에 관하여 아무런 고려도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안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11월 24일= 부실 항공사 통합이 절박하다면서 구조조정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임직원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근거가 있습니다.

▶11월 24일=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의 이익만을 위해, 아시아나 항공 추가부실에 대한 아무런 실사없이 1조 8천억원에 인수계약을 하고, 10여일만에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납세자인 국민과 대한항공 주주와 한진칼 주주, 소비자 모두를 희생시키는 투기자본행위가 아닌지요?

▶11월 26일= KCGI는 항공업 재편은 a) 관련된 회사 주주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 b) 국토부, 금융위, 공정위 등 관계 당국, c) 납세자이자 소비자인 국민, d) 항공업 내외부 전문가의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고려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11월 16일= 그렇지 않아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추진하기로 이미 결정되어 버린 항공업 재편과 관련하여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는 가운데, 얼마전까지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장담하던 국책은행은 가처분이 인용되면 딜이 무산되고 딜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갑자기 주장하면서 법원을 겁박하고 있음을 개탄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11월 27일= 진실된 항공업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전문가들은 물론 적절한 외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차분히 머리 맞대어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급할수록 냉정해야만 100년 대계의 전략산업인 항공업의 미래와 국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낼 것입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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