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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가 쏘아올린 ‘비혼 출산’ 지침 개정 무산…학회 “사실혼부터 허용하기로”
산부인과학회, 사회적 목소리에 귀기울인다고 했지만
여성학자 “여전히 정상가족 프레임…달라진 점 없어”
국내에서도 비혼 상태로 임신·출산이 가능하지만, 난임 부부처럼 정부 기관을 통해 정자를 제공받거나 임신 과정에 드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사진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통해 출산 소식을 알린 방송인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유리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결혼 없는 출산’ 논쟁을 쏘아 올린 후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내부 지침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비혼 여성 등은 인공 수정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내부 지침에서 정자 공여 등 보조생식술 대상자를 '법률혼 부부'에서 사실혼 관계를 포함하는 '부부'로 확대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러나 비혼 여성 등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은 시술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존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이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법률이 규정하지 못하거나 규정하기 어려운 생식의학 분야에 대한 자율적 규제로서 보건복지부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정했다"며 "시술 대상 환자 조건을 '법적인 혼인 관계'에서 '부부'(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로 수정한다"고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그러면서 "시술 대상의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다만 지침 개정에 앞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해 공청회를 제안한다"며 "난자 및 정자 공여에 의한 시술이나 대리출산 등에 관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의 법령 개선에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출신의 방송인 사유리가 모국인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말해 국내에서도 비혼 여성의 재생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앞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4일 난임 및 인공수정 관련 내부 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거쳐 보조생식술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론냈지만, 여전히 비혼 여성은 배제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번 결정은 여전히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상가족에 입각한 가족 형태만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요구가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을 통해서 촉발되었는데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법적으로는 비혼 출산을 할 수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로 (이번 사유리씨 출산으로) 조율이 필요해 논의를 했음에도 큰 성과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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