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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이낙연, 김종인, 그리고 ‘70년생 김종철’

며칠 전 만난 다선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서 “평화체제에 기반한 다당제와 유럽식 의원내각제”라고 했다. 엄중한 분단체제하에서 가장 효율적이었으나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던 정치 제도로서 현재의 양당제와 권력 집중형 대통령제는 한반도 평화시대가 도래하면 수명을 마감하고, 궁극적으로는 선진·다원주의 사회에 걸맞은 정치 모델로 가야 한다는 것이 이 인사의 지론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4·15 총선에서 자신이 깊숙이 개입하기도 했던 여권의 비례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의 창당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한국정치에서 다당제에 가능성을 좀 더 열고자 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여당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데 대한 사과였다.

두 거대 여야의 ‘편법 창당과 합당’으로 말미암아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6석으로 쪼그라든 정의당에서 지난 9일 새 대표가 선출됐다. 김종철이다. 김 대표는 세 자릿수 의석의 두 거대 여야에 한참 못 미치는 한 자릿수 소수정당이지만 ‘어쨌든’ 원내 제3당의 수장으로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경쟁을 벌이게 됐다.

현재 정치 지형에 당장 큰 영향력이 있을 수 없겠지만, 좌우, 진보-보수를 떠나, 김 대표의 취임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자못 크다. 먼저 사회학에선 흔히 ‘코호트’ 라고 부르는, 세대로서의 대표성이다. 김 대표는 70년생이고, 이낙연 대표는 52년생, 김종인 위원장은 40년생이다. 하나를 더하자면, 현재 민주당 주류는 과거 ‘386’이라고 불리던 60년대생이다. 7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은 80년대 말~90년대 초중반에 대학을 다녔고, 당시 ‘신세대’ ‘X세대’라 불렸다.

정치적으로 김 대표는 제도권 내 양당제와 운동권 내 노동운동·통일운동과도 ‘거리’가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야 40여년간 여야를 넘나든, 우리나라 양당제의 화신 같은 정치인이다. 이낙연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고로 신문사 정치부 기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현 여권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지금 민주당의 주류인 60년대생은 통일·민주화 운동 세대다. 진보정당운동을 이끌었던 노회찬·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정치인이다.

반면, 김 대표는 90년대 학생운동을 거쳤지만, 노동운동이나 통일운동에의 ‘투신’없이 처음부터 ‘직업 정치인’으로 출발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양당제를 거부하고 처음부터 제3의 정치세력, 진보정당을 지향했다는 점에서는, 같은 세대이자 같은 90년대 학생운동가 출신인 강병원·박용진 민주당 의원과도 다르다. 김 대표는 일관되게 진보 정당 노선을 추구해왔지만 전통적인 민주-반민주, 통일-반통일, 노동-반노동의 대립구도에선 비껴서 의제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보수에선 ‘중도 제3지대론’과 함께 진보 진영 내 다당제의 불씨를 살려온 정당이자, 한국 정치사 소수정당의 상징이 돼 온 정의당이 김 대표 체제하에서 양당제의 틈을 얼마나 벌릴 수 있을까. 좌우를 떠나 한국정치의 다양성, 한국사회의 다원성을 위한 실험으로써 ‘70년생 김종철’은 21대 국회 또 하나의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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