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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댕댕아, 너도 함께 미술관 갈래?”
국립현대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유튜브 채널 통해 온라인 선공개
정연두作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앞에선 설채현 수의사와 반려견. [연합]

미술관 문이 활짝 열렸다. 인간을 넘어 개(犬)들에까지 문턱을 낮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을 2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먼저 개막했다. 전시는 ‘개와 함께 관람’을 전제로 한다. 적녹색맹인 개들이 가장 잘 구별할 수 있는 파랑과 노랑이 작품의 주조 색으로 쓰였다. 작가들이 제작한 각종 작품을 개들이 뛰어다니고, 통과하며 즐길 수 있다.

작품들이 모두 밝고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입구 계단엔 김세진 작가의 ‘전령(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3D 모션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이 개는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진 빈민가 떠돌이 개 ‘라이카’다. 스푸트니크 2호는 생명체를 태운 최초의 우주선으로, 유인 탐사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발사후 장비이상으로 산소공급중단과 온도 상승이 발생했다. 라이카는 발사 몇 시간만에 질식사했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었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추측이다.

이어 미술관 중정 잔디밭에는 도그 어질리티(dog agility·장애물 경주)에 사용되는 기구와 비슷한 조각들이 설치됐다. 파랑-노랑색으로 제조된 이 작품은 김용관의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로, 놀이하는 개(카니스 루덴스)를 위한 것이다.

전시장은 숲처럼 꾸며졌다. 조경가 유승종의 ‘모두를 위한 숲’이다. 숲 안엔 데멜자 코이의 영상작품 ‘늑대들’,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안녕’, 한느 닐센과 비르기트 욘센의 ‘보이지 않는 산책’이 이 숲 사이에서 상영된다. 특히 ‘보이지 않는 산책’은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빌리가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담은 2채널 영상작업이다. 각각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이 우리의 짐작과는 판이하게 달라 더욱 흥미롭다. 전시장 마지막엔 정연두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이 자리하고 있다.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를 구한 썰매견들인데, 모두 개 사료로 만들어졌다. 반려견과 같이 관람한다면, 목줄을 타이트하게 잡을 시점이다. 전시는 미술관 마당에서도 펼쳐진다.

국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는 약 30%에 달한다. 미술관 측은 “동물과 인간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과 장소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시기간동안 미술관 공간 일부는 개와 그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반려동물이 공적장소에서도 가족이자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며 “인간중심으로 구축된 미술관이 비인간을 어디까지 고려할 수 있는지 실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에게 우호적인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이번전시는 수의사, 조경가, 건축하, 법학자 등이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원예술 프로젝트 일환이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이나, 코로나19로 재개관이 미정인 만큼 방문시에는 미리 체크해야한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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