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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코로나와 언택트 금융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은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가했고, 혁명적 사회 변화를 유도했다. 14세기 유럽인의 세계관을 뒤흔들고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흑사병이 대표적 사례다.

페스트의 빠른 확산으로 노동력이 희소해지면서 실질 임금이 급등한 반면 토지 가격은 하락했다. 이로 인해 봉건영주의 경제적 지위가 낮아지고 노동자의 협상력, 이동성은 강화됐다. 결과적으로 기계에 의존하는 생산설비 증대와 장거리 무역이 융성했다. 전염병이 봉건제를 해체하고 근대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오늘은 코로나를 맞은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모습을 ‘비대면’, ‘재테크 열풍’, ‘불안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향후 우리가 마주하게 될 변화의 흐름을 예단할 수 없지만 시장을 들여다보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발 이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도 언택트 서비스가 확장세다. 수십년간 공고했던 은행 오프라인 영업망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이 필요한 대출자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 모바일로 간편하게 자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점포가 줄어도 코로나가 확산되는 와중에 비대면계좌 가입자는 폭증했다. 사람들의 이동이 급격히 줄었지만 돈의 이동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금융시장의 화두도 ‘자산관리’였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하면서 한국의 ‘동학 개미’, 중국의 ‘청년 부추’, 미국의 ‘로빈후드’와 같은 계층이 각국 증시를 주도하는 축으로 부상했다. 자금력이 취약한 20대들도 ‘빚투’를 시작했다. 명품을 ‘플렉스’하던 20대가 주식을 ‘플렉스’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산관리 열풍은 부동산에서도 이어졌다. 각종 규제에 대출을 끌어 집을 사는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급증했다. ‘이번에 집을 못 사면 더는 못 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이들을 엄습했다.

또한 코로나는 금융소비자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시켰다. 실제로 코로나 발발 이후 6개월간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경기가 어렵고 금리는 낮으니 필요에 의해, 불안감에 의해, 자산관리를 위해 금융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한 것이다.

기업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듯이 국내 핀테크기업들은 대중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시·공간 제한을 뚫는 비대면 스마트워크를 정착시킴과 동시에 신선한 금융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P2P금융업계에서는 24시간 모바일 입출금이 가능한 ‘예치금 금고’와 같은 신상품이 1시간 만에 완판됐고, 인터넷전문 은행은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내놔 접속자가 폭증했다. 온라인 영업을 활성화시킨 인슈어테크업계에서는 ‘보장 피팅’과 같은 개인 맞춤 서비스를, 간편 송금 앱과 자산관리 앱은 대형 은행과 거미줄 같은 제휴를 확장하고 있다.

훗날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을 인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시킨 역사로 기억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자만 국내 핀테크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어려운 시간을 맞아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일어선다는 ‘부위정경’의 의미는 업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살아가 는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

이효진 8퍼센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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