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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료 20배 올려달라”…은행, 사모펀드 수탁거부 속출
기존 5bp에서 최대 100bp로
운용사들 “사실상 거부행위”
은행 “의무강화로 비용상승”

“얼마 전 200억원 규모로 펀드를 만들려고 수탁은행에 문의했더니 수수료로 무려 100베이시스포인트(bp)를 달라고 하더군요. 수탁 안받겠단 얘기로 알아듣고, 결국 펀드 설정을 포기했습니다.”

수탁회사들의 사모펀드 수탁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사모펀드 수탁을 거절하기 위해 운용사들에게 최고 20배에 이르는 보수를 요구한 기형적 행태도 나온다. 금융당국까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해결책이 쉽게 나오기 어려워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시중 5대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의 사모펀드 수탁 규모는 319조4935억원이다. 지난달 말보다 6154억원이 줄었다. 사모펀드 수탁규모는 펀드 시장 확대에 맞춰 매월 성장세를 거듭해왔으나, 이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중은행들이 ‘보이콧’에 나선 여파다.

수탁은행들은 펀드자산의 보관·관리, 환매대금·이익금 지급 등을 하며 통상 2~5bp 안팎의 수탁수수료를 받아왔다. 사모펀드는 감시의무가 없어 단순한 업무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수익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옵티머스 사태를 계기로 수탁은행들의 책임론이 커졌고, 은행권 기류도 바뀌었다.

은행들은 ‘전면적 거부’가 아닌, ‘선별적 수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인력 구성, 감시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선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수탁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 기준에 의해 일부 수탁을 받고는 있다”며 “과도한 수탁수수료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실무자들끼리 최대 20배에 이르는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운용사는 거의 없다. 은행들은 수탁 수취 기준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금융당국까지 나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무리한 수수료 요구 등으로 인한 애로를 얘기하면서 현황 파악에 나섰다”며 “수탁회사들의 거부 움직임이 이어진다면 펀드 시장은 고사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또한 합의점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탁은행과 운용사들은 수탁은행에 부여된 감시 의무 등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탁 이슈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게 중요하지, 수탁을 억지로 받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수탁사 의무를 강화한건데 펀드 설정이 어렵다고 당국이 물러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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