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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대가족사회의 추석명절 향수와 작은 행복

지구촌 전체가 구석구석 서로 초연결된 시대에 사는 요즘, 부모·자녀·친지 등 가까운 가족관계는 더욱 단절되고 멀어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전 속도를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과 문화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나온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반어적 유머는 추석을 앞두고 가족과 친지가 만나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두려움의 양면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정보통신 시대에 낙후된 세대는 대체로 베이비 붐(6·25전쟁 후 1954~1963년 출생자, 약 850만명으로 추정) 이전의 아날로그 세대다. 이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300달러에 불과했던 궁핍의 시대와 농경사회 끝자락의 전형이었던 대가족문화를 경험한 세대다. 이들에겐 가족 간에 인간관계가 따뜻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 대가족문화의 향수가 짙게 남아 있다.

농경사회는 농사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3대 이상 대가족이 어울려 사는 게 통상적인 구조다. 대가족사회에서는 독단을 버리고 가족구성원을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 때로는 기쁨·슬픔·분노·사랑과 같은 개인 감정을 참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생활을 배우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해 빛의 속도로 살아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세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가족문화일 수 있다.

더욱이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해 전체 가구의 30%(전체 2035만가구 중 616만가구)를 넘어섰다. 인간행복의 원천은 가족의 사랑과 우애에 있다. 1인 가구는 미혼가구 증가, 고령자의 배우자 사망, 높은 이혼율 등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가족문화의 붕괴와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의 큰 짐이 될 수 있는 현상이다. 대가족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고독함과 외로움, 분노와 감정조절 장애, 우울증 환자의 급증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경기 진작 차원에서 농수산물 선물의 범위를 현재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한시적 확대했다. 이는 올 추석 명절에 사람 간 만남을 자제하는 효과도 낼 것이다. 실제로 이번 추석은 가족 방문보다는 선물로 대신하는 자녀들이 많다고 한다. 선물이 효도와 공경을 대신하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가족사회의 시끌시끌한 추석에 대한 복고(復古)의 향수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현대 복지정부는 개인행복을 넘어서 국민행복을 추구한다. 과거 한때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는 국민행복지수과 관련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국민행복은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많은 일자리 창출이 바탕이 돼야 한다. 살기 좋은 환경 보존, 미래 세대 지속 가능 복지 등의 과제는 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어느 것 하나 실현되기 어렵다. 소소한 국민행복은 양적인 것 외에도 행복한 가족문화, 공정과 정의가 실현되는 법치사회 등 무형의 질적인 사항 역시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민의 공분(公憤)을 자아내는 일부 정치지도자의 일탈행위는 정직한 시민과 중산층의 사기와 행복을 저하시키고 있다.

맹자는 나라의 지도자인 군자에게 ‘군자삼락(君子三樂)’을 강조했다. 부모와 형제·자녀를 무탈하도록 부양하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처신하며, 후세를 위해 천하의 영재를 육성하라는 내용이다. 가족과 자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평범한 시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공평하지 않은 편중 인사를 하는 것은 ‘군자삼악(君子三惡)’이라 할 수 있다.

고려 말 고승 나옹선사의 게송으로 마음의 위로를 전한다. “청산은 말 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티 없이 살라 하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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