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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채솟값과 부동산?…멍울만 남긴 ‘내러티브 오류’

“정부 정책의 목표 중 하나가 물가 안정인데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안정화시키는 것이겠죠. 소비자 물가지수는 460개의 품목 조사를 하는 것인데 최근에 와서는 이게 1%도 안 되는 물가 안정을 이루고 있지만 예컨대, 지금 수해가 나게 되면 신선식품과 같은 장바구니 물가, 체감 물가는 굉장히 폭등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 답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얘기할 생각은 없다.(서울 시내 평균 10억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아파트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주거 이전의 자유는 꿈도 꾸지 못하는 ‘미생’에게 현재의 부동산은 풀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다. 그나마 10여년 전 영끌해 집 한 채 장만한 게 다행이지만…)

굳이 김 실장의 논지를 다시 꺼낸 이유는 ‘물가’ 때문이다. 물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곡면거울’과도 같다. 거시경제를 보는 이들에게 0%대 물가는 불안하기만 하다.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에 따른 지속적인 물가하락)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짙게 배어있다.

하지만, 빠듯한 주머니에서 매일매일 빠져나가는 돈을 볼 때마다 한숨을 쉬는 이들에겐 그리 나쁜 소식은 아니다. ‘물가가 올라서 좋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0%대 혹은 1%대 물가에 환호성은 아니어도 ‘다행이다’고 할 게다.

그런데 ‘다행’이 ‘다행이 아니다’. 저물가라고 하는데 물가가 미쳤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당장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미치는 장바구니 물가는 고개를 들기만 한다. 7월 소비자물가를 보더라도 전체 소비자물가는 0.3%, 생활물가지수는 0%를 기록했지만, 신선식품지수는 8.4%나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14.3% 최고 상승률이다. 7월만 이런 것도 아니다. 저물가라고 하는 동안에도 신선식품지수는 계속해서 오름세였다.

또 하나. 전례 없는 물난리에 가뜩이나 불안하던 밥상 물가는 벌써 폭등이다. 어제 1000원 하던 깻잎이 오늘은 2000원 한다고 혀를 내두른다. 값이 안 오른 게 없다. ‘밥상을 금(金)으로 차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수해에 따른 일시적인 폭등? 그러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추석 밥상 걱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값이) 오르는 건 빛의 속도고, 내리는 건 거북이 경주 속도’다. 괜한 설레발이라고? 돼지고기와 닭값을 보라.

나심 니콜러스 탈레브 미국 뉴욕대 교수는 저서 ‘블랙스완(The Black Swan)’에서 ‘내러티브 오류(narrative fallacy)’라는 개념을 들어, 사람들은 복잡한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 구조로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빗댄 김 실장의 단순 비유(?)는 멍울만 남길 뿐이다. 하루하루가 걱정인 서민들에게 “체감물가 폭등”은 그게 일시적이라고 해도 허투루 들리지 않을 게다. 지금도 누군가는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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