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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부동산 대책, 세금은 징벌수단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이른바 ‘징벌적’ 세금이 도입될 전망이다. 주택 취득·보유·양도 전 단계에 ‘폭탄’을 설치해 실거주 소유자가 아니면 도저히 견딜 수 없게 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의도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도 어느새 ‘악의 축’이 돼 버렸다.

과연 헌법정신에 일치 하느냐를 따질 필요가 있다. 우선 ‘징벌적’ 세금이다. 법치주의에서 금전적 징벌은 대상이 개별적인 과태료나 벌금 형태가 바람직하다. 대상이 포괄적인 세금이 처벌의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재산을 많이 소유했다고 징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분명 다주택자를 겨냥해왔다고 하지만, 실수요자나 1주택자의 부담도 늘어왔다. 집값은 오르는데, 돈 빌리기는 어려워져 중산층 서민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내 집만 가진 1주택자도 세 부담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쯤 되면 정부의 의도가 의심스러워진다. 정치인들이야 여론에 편승해 앞다퉈 집값 잡기 완장을 차는 것이라고 치자. 경제를 좀 안다는 담당 공무원들은 왜 무리한 대책에 맞장구를 칠까? 공무원의 근무처는 행정부이고, 세금이 주수입원이다. 세금을 더 걷으면 매출이 늘어난다. 선진국 대비 복지수준이 아직 낮고, 코로나19 지원과 한국형 뉴딜 등 정부 지출이 늘어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증세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적자국채를 대거 발행하더라도 결국 나라 빚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가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납세자 연맹이 최근 추정한 부동산 관련 세수를 보면 2018년이 55조2000억원이다. 전 정부 때인2016년 46조6000억원 대비 18.5% 늘었다. 물론 국세와 지방세가 합해진 수치지만 올해 국세수입 전망액이 260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어려운 계층을 돕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재산과 소득이 많다고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감당하라는 것은 자본주의는 물론 민주주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법을 어기며 돈을 번 것은 처벌해야지만, 합법적으로 쌓은 부가 징벌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다면 차라리 법령으로 재산권을 제한하자. 조정지역에서는 법으로 아예 다주택 소유를 금지하고, 이미 초과 소유한 주택은 정부가 ‘정당한 보상’을 하고 사들이자. 이렇게 되면 재건축·재개발에 복잡한 규제를 둘 이유도 사라진다.

가혹한 정치가 처음부터 가혹했던 것은 아니다. 형벌과 제도가 엄격해지는 데도 질서가 제대로 수립되지 않아 더 강경한 수단을 동원하다 가혹한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가혹함은 반발을 부르고, 반발을 누르기 위해 다시 더 가혹해지는 악순환이다.

애초부터 처방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지지율이 내리막이다. 국민을 분열하고, 무고한 시민을 나쁜 세력으로 낙인 찍은 정부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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