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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슬기로운 건설업종 개편 모색을

국토교통부를 향한 건설업계의 불만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방안 관련이다.

현재 건설시공업은 5종의 종합건설업과 29종의 전문건설업 면허로 구분돼 있다. 국토부는 전문건설업종을 14개의 대업종으로 개편해 종합과 전문 간 상호 시장에 대한 진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 업종 개편 사업은 9월쯤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는 개별 면허 기반으로 각자의 시장에서 입찰에 참여했는데 앞으로는 면허를 넘어 상대 시장에 진출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전문업종의 대업종화는 바로 전문건설업이 종합시장 진출에 필요한 다수의 면허를 묶어 진출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생산 체계 개편을 통해 업종별 진입장벽이 낮아져 기업 간 합종연횡, 업계 구조조정이 활발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질서 확립, 직접 시공 활성화 그리고 근로환경 개선 등도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반대 의견도 나온다.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 포장공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포장공사의 대공종 편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포장공사 특성상 다른 공종과의 통합에 찬성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작업의 연계와 시공기술의 유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장공사업의 본질을 유지하고 싶은 바람도 담겼다.

물론 모두가 대업종화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포장공사업계와 같이 국토부의 대업종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때문에 국토부는 먼저 2년 이상 준비해온 생산구조 혁신방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일을 추진함에 완벽한 동의를 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공감대를 가져가는 최대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특히 수십년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업종 체계를 충격요법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그만큼 갈등의 소지가 높다는 것을 잘 헤아려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건설 업종 체계 변화의 역사는 정부와 해당 업종 간 갈등의 역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반응을 기득권의 유지 측면에서만 이해한다면 올바른 해결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지해온 세분화된 전문업종 체계는 코리안 스탠더드가 아니고 글로벌 스탠더드라 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건설업종은 단일 업종 혹은 세분화된 업종 체계로 구분돼 있고, 이를 바탕으로 건설생산 및 입·낙찰제도가 각각 발전해왔다. 오히려 전문업종의 대업종은 해외에 유사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모순점이나 현업에서 문제가 없는지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전문업종의 대업종화’는 명칭에서부터 오해의 소지가 크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특정 분야를 크게 혹은 묶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건설 생산 체계 혁신의 핵심은 종합과 전문 간 상호 시장 진출과 직접 시공 등을 강화해 우리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대업종화는 혁신의 핵심 목표가 아니고 수단이 맞을 것이다. 전문업종이 대업종화가 된다면 종합시장 진출이 원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업종화는 종합건설업이 그동안 소홀했다고 지적되는 직접 시공을 유도하는 것도 아니며, 전문업종의 전문성 확보와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단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상호 시장 진출 방법에 대한 전향적인 고려나 관련 주체에 대한 설득과 타협도 필요하다. 국토부는 정책입안자 입장에서 답답하고 성과가 없는 비효율적인 과정일 수 있지만 이를 생업으로 하는 건설사업자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다시 가져야 할 것이다.

자칫 외형적 혁신을 이뤘지만 애초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시장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 손실은 현업에 있는 건설사업자와 종사자 등이 겪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뼈아플 수 있다. 슬기로운 해법 마련과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법제혁신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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