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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규의 현장에서]바이오개미들, 이번엔 성공예감?

“요새 SK바이오팜이 ‘핫’하던데 투자해도 괜찮을까?”

그동안 연락도 안 하던 친구가 뜬금없이 연락해서는 고급 정보(?)를 달라고 졸랐다.

괘씸한 마음에 반대로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미래 예측의 재능이 없어 아무런 답도 주지 못했다. 혹시나 예상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 녀석이 뻔뻔함을 무릅쓰고 연락했을 정도로 요즘 SK바이오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는 7월 초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인 SK바이오팜은 지난해부터 이미 올해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큰 관심을 받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모금에는 무려 31조원의 자금이 모여들었다. 포털 검색어에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방법’이라는 것까지 등장했다. ‘동학개미운동’에 빗대 ‘바이오팜운동’이라 명명할 만하다.

모두가 인정하듯 SK바이오팜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상장 전 이미 2개의 신약 개발에 성공해 미국 FDA로부터 승인까지 받았다. 더구나 ‘SK’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등에 업고 있다. 소위 ‘성공 각’이 예상되는 투자 대상이다.

그런데도 선뜻 투자를 권유할 수 없었던 이유는 3년 전 기억이 소환돼서다.

지난 2017년 당시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신라젠’이었다. 2016년 말 코스닥에 상장한 신라젠은 ‘펙사벡’이라는 항암 후보 물질 기대감에 주가가 그야말로 “미쳤다”고 할 만큼 치솟았다. 1만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15만원까지 올라 2018년 말에는 시가총액이 8조원으로, 코스닥 시장 2위까지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하지만 이후 신라젠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펙사벡의 임상 중단 소식에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했고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전·현직 임원들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

현재 신라젠의 시장 가치는 8000억원으로 가장 잘나갈 때에 비해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신라젠은 현재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있다. 상장 폐지가 되면 17만 개미투자자들의 주식은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

SK바이오팜이 신라젠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라젠이 펙사벡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가를 올렸다면, SK바이오팜은 상장 전 이미 신약이라는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세상일은 모른다. SK바이오팜에 대한 기대감이 3년 후에도 이어져 이번에는 바이오 개미들이 깊은 ‘한숨’이 아닌 ‘환호’를 지를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신라젠이 핫하던데 투자해도 될까?”

3년 전 투자 조언을 구한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은(못한) 것이 새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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